경제·금융

[도전과 성공] 12. 건아정보기술 심광호사장

건아정보기술. 전국도로 곳곳에서 과속차량을 잡아내는 무인감시카메라 10대중 7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목격자의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범인의 얼굴을 그려내는 경찰청 몽타쥬작성시스템에도 건아정보기술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부모의 얼굴을 합성해 태어날 아기의 모습을 찾아내는 범용형상인식시스템이라든가 전자부품 도금상태 자동검사장치 등도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87년 자본금 5,000만원짜리 건아기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해 매출 2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심광호(沈光昊·46)사장은 바로 이 회사를 일군 사람이다.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쉬임없이 달려온 14년. 이제는 제법 여유를 부릴때도 됐지만 아직까지도 沈사장은 하루의 절반이상을 연구실에서 보낸다. 『기술만이 살길이다. 적어도 영상처리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 건아의 회의실은 상장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임을 인정하는 특허증서가 8개나 걸려 있다. 자랑할 만하지 못한 것은 아예 특허출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1호 KT마크, 벤처기업상, NT마크 등 沈사장의 기술욕심이 빚어낸 결과물들이 즐비하다. 건아는 본격적으로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한 95년부터 매출액의 35%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80여명의 전체 직원중 연구개발인력이 40명을 차지하고 있다. 沈사장의 기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沈사장이 샐러리맨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후 취직한 회사가 부도가 났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며 같이 일하던 동료와 그 회사를 인수한 것이 계기였다. 그렇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건아가 생겨난 시점은 우연일지 몰라도 沈사장의 기업가인생은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고 얘기한다. 대학시절 건축공학도였지만 그는 컴퓨터를 좋아했다. 베이직언어 성적은 늘 A플러스였다. 복잡한 건축구조 계산을 위해 혼자서 컴퓨터를 만드는 실력을 이미 그는 70년대말에 갖추고 있었다. 건아기전을 설립한 뒤 만들어낸 첫작품은 「이동식 차량번호판 인식시스템(무인속도감시카메라시스템)」이다. 시속 180㎞로 달리는 차라도 정확하게 번호판을 찍어낸다. 『중소기업으로서 독자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사람도 없고 자금조달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첨단기술이라는 특수성때문에 자문을 구할 곳이 없다는 게 제일 어려웠다.』 실패와 실패를 거듭했다. 기껏 만들었더니 외국업체가 딴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과기처 연구비 지원사상 첫 상업화성공으로 기록되고 있다. 沈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일을 사랑하는 집」이라는 건아 사훈에 담았다. 그는 『회사를 집처럼, 사원을 가족처럼 여겨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함』이라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예절과 타인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분의 10%를 임직원에게 나눠주고 우수사원의 자녀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안 호서대 로롯개발팀에 연구비로 쓰라며 5,000만원 쾌척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아는 지금 변신중이다. 교통량·차종·차간거리 등 도로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기록하는 영상검지시스템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래줄 심사다. 沈사장은 『이미 일본에 2,000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면서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와 웹카메라 등을 들고 세계를 누비겠다』고 자신했다.(02)487-0372 ◎ 건아정보기술은 어떤 회사. 87년 건아기전으로 시작해 지난해 지금의 건아정보기술로 이름을 바꿨다. 95년까지는 연구개발 위주였던 것이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 관련 수주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96년 41억원이었던 매출은 97년 95억원으로, 지난해에는 12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2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아정보기술은 영상처리분야의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고정식·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 무인영상카메라기기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박형준기자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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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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