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 3ㆍ4분기에 기록한 8.2%의 높은 성장 속도는 4ㆍ4분기와 내년에도 잠재 성장률(3~3.5%)을 넘는 4%대 이상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음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3ㆍ4분기에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30% 늘어 19년만의 기록을 세운 것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동 사태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재연, 산업생산 설비 과잉의 악재가 놓여있지만, 이 같은 지표호조는 미 경제가 2000년 후반 이후 3년간 지속해온 저 성장의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회복기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3ㆍ4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한달전 발표한 잠정치 7.2%보다 크게 높아진 것은 분기 마지막달인 9월의 실측통계가 예측치보다 좋게 나왔기 때문이고, 이는 4ㆍ4분기 성장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통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4ㆍ4분기 성장률을 4%대로 전망했다. 3ㆍ4분기 성장률이 84년 이래 1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인 이 기간에 기업들이 경기를 낙관, 재고를 갑자기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4ㆍ4분기엔 7~8% 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없지만, 지난 3년 가까이 계속되어온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달성한다는 게 월가의 컨센서스다.
3ㆍ4분기의 높은 성장률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회복을 담보하고 있다. 뉴욕소재 민간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1.7로 전달의 81.7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다. 경기 불황의 원흉으로 지목되던 제조업 분야에서도 투자가 회복되고, 2년반동안 25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감소했던 고용시장도 최근 3개월 동안 미약하나마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 여건이 호전되면서 내년도 경제전망도 장미빛이다. 전미기업경제협회(NABE)는 내년 미국 경제가 20년만에 가장 빠른 4.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고,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FRB) 이코노미스트들은 4.3%로 내다보았다.
기업 수익 호조는 이라크 전 이후 진행돼온 뉴욕 증시의 황소장세(bull market)가 허세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금융산업이 가장 큰 이익 증가를 보였고, 다우존스사가 조사한 87개 종목중 66개 종목이 수익 향상을 기록했다. 235개 기술주의 경우 지난해 3ㆍ4분기에 70억 달러의 손해를 냈지만, 올해는 89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 수익평가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S&P 500 종목의 3ㆍ4분기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한데 이어 4ㆍ4분기에도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만 포인트, 나스닥 지수는 2,000 포인트를 목전에 앞두고 최근 몇 주 사이에 정체하고 있지만,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 호조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정치적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내년 선거에 앞서 경제 회복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경기 회복에도 불구, 달러 절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함으로써 자국에서 창출된 부가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여지를 좁히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이 반드시 세계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기조에서 읽을수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