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델하우스로 오시면 청약통장 없이도 바로 선착순 계약이 가능합니다."(서울 서초구 A아파트 분양팀 상담원) 서울 강남권 신규 아파트시장이 대규모 계약 미달 현상에 신음하고 있다. 1순위 청약접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어려움 없이 마감되고 있지만 막상 계약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 당첨자 계약일도 지나기 전에 선착순 계약을 시작하는 단지가 나올 정도다. 1순위 청약경쟁률 높았지만
전매제한·고분양가 부담에
당첨자들 줄줄이 계약 포기
일부 단지선 선착순 계약까지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특히 11~12월 분양 당시 1순위에서 마감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계약을 포기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전매제한에 묶여 있어 당장 웃돈을 얹어 되팔기 어려운데다 3.3㎡당 3,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분양가를 버거워하는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분양 아파트로 입주가 빨라 상환 일정이 빨리 돌아오는 것도 계약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는 "계약률이 85%에 달해 잔여 물량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지만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믿지 않는다. 방배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투기과열지역으로 묶여 있는 강남아파트는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더라도 잔금을 모두 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거래가 가능한데도 전매를 상담하는 당첨자가 30~40명이나 됐다"며 "이들 대부분이 계약을 포기했는데 계약률이 85%에 이른다니 믿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물건이 넘치다 보니 A아파트의 경우 예비 당첨자 계약일(15~17일)이 지나기도 전에 선착순 수의계약이 맺어지고 있다. 부적격 당첨 물량이나 미계약 가구가 나올 경우 예비 당첨자가 우선 계약권을 갖게 되지만 예비 당첨자 대부분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A아파트 분양팀의 한 관계자는 "예비 당첨자들이 청약통장을 살리기 위해 포기각서를 써 선착순 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모델하우스에서 선착순 계약이 가능할 정도로 계약포기 물량이 넘쳐나면서 '단타 매매'를 노렸던 투자자들만 손해를 입게 됐다. 방배동 D공인의 한 관계자는 "계약 전에 5,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전용 59㎡형 기준) 분양권을 내놓았던 당첨자들 상당수가 매매가 되지 않자 계약 자체를 포기해버렸다"며 "아까운 청약통장만 날린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