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화자찬으로 오해 받을 여지가 있는 표현들도 눈에 띈다. "그동안 여러분(기재부 직원)은 우리 경제에 대한 제 위기의식을 빠르게 공유하고 이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살려냈다. 이는 대전환이었고 '지도에 없는 길'이었다"는 말은 일종의 격려라고 해도 과장어법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저와 여러분이 만든 정책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경제주체들 사이에도 '이번에는 뭔가 좀 될 것 같다'는 심리적 훈풍이 부는 조짐"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경제 활성화 법안 통과가 생각처럼 되지 않고…"라는 부분도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말로 곡해 받을 수 있다.
최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에 시동을 건 수준이라고 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시동' 소리를 들었다는 이가 별로 없다. 재정·세제·금리를 통한 확장정책이 줄줄이 나왔지만 경제지표는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코스피는 2,082.61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다가 1,900대로 주저앉았다. 전세난도 더욱 심해졌다. 이런 판국에 '훈풍'이라니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본래 확장정책을 통한 경제 살리기는 난제 중의 난제다. 오죽하면 6년간 4조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미국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에 대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실패'로 규정했겠나. 양적완화 종료가 선언된 29일 그린스펀은 "유효수요 창출에 실패했고 자산가격을 높이는 일만 해줬다"고 폄하했다. 그러니 '최경환노믹스'에 대한 당장의 평가가 인색하더라도 절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저성장·저물가·엔저라는 '신3저'의 난국에 처해 있어 당장의 가시적 정책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지금 최 경제부총리의 책무는 확장정책의 성공적 운용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과거의 성과에 대한 자가발전에 힘을 헛되이 쓰기보다는 앞으로의 정책 성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