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수출 전진기지인 광둥성 둥관시에서 아파트 임대업을 하는 루오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외경기 침체에다 내수부진으로 공장 폐업이 잇따르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빈 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기 때 방을 가득 메웠던 농민공들이 이 지역의 경기불황으로 우르르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월 1만5,000위안에 달했던 루오씨의 임대수입도 현재 3분의1로 줄어들었다.
루오씨의 처지는 재정파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둥관시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재정수입의 절대부분을 공장 및 건물임대세에 의존하는 둥관시는 경기안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임대세가 걷혀야 굴러가는 재정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수출호황 등에 힘입어 평균 11%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해온 둥관시는 올 들어 상반기 성장률이 2.5%로 급전직하했다.
손얏센대 재정학부의 린장 교수는 둥관시 산하 584개 촌(村)의 60%가 경기침체로 임대수입이 줄어들며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최하급 행정단위인 촌의 재정부실이 둥관시를 파산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둥관시처럼 한때 잘나가던 동남부 연안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의 파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향후 경기하강 우려와 함께 이 같은 지방정부의 부실이 중국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진작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동산ㆍ인프라 투자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지방은 엄청난 은행 빚을 떠안았다. 2010년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는 10조7,000억위안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했다.
동남부 연안 장쑤성의 옌청시 등 13개 산하도시는 주요 재정원천인 토지매각 수입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급감한데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법인세 등 제반 수입이 줄면서 올 들어 세수가 전년 대비 40% 안팎씩 감소해 비상이 걸린 상태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정수입은 줄어드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도시 및 도로ㆍ교량 건설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엄청나게 빌린 자금의 만기가 속속 들어오며 심각한 재정부실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2010년 말 지방정부 부채가 10조7,000억위안에 달한다고 발표한 후 더 이상의 구체적인 부채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전국에 수만개나 산재한 최하급 행정단위인 촌의 부채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촌의 부채는 어림잡아 3조위안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부의 바이징밍 수석 연구원은 "2009년 기준 이들 촌의 부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무시 못할 수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촌의 부채는 결국 상급단위인 현, 더 나아가 시나 지방정부의 재정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둥관에서 프린트기기 사업을 하는 샤오공쥔씨는 "경기침체에 따른 임대세 급감으로 둥관시 산하 현과 촌의 재정은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일례로 둥관시 산하 장무토우현(縣)의 연 수입은 6억위안에 불과한데 부채는 16억위안에이나 된다. 촌의 재정부실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촌 서기가 당선을 위해 무리한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흥청망청 재정지출을 하는 것도 부실요인으로 꼽힌다. 어떤 경우는 촌 서기 당선자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모든 가정에 매달 1만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