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조류독감이 날로 확산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처 방안이 나오지 않아 공포감만 커져 가고 있다.현재까지 조류독감에 대해 취하고 있는 주요 조치는 닭 오리 등 가금류를 살처분 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에 대한 확인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이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와 이것들의 배설물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18명의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했던 1997년 홍콩 사태 때에는 환자 모두가 시장이나 농장에서 살아있는 가금류와 접촉했으며, 최근 베트남과 태국의 희생자들도 같은 감염 경로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의 급속한 확산의 주범으로 철새가 지목되고 있지만 통제가 불가능해 손을 쓰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27일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철새는 가금류와는 달리 조류독감에 걸렸어도 특별한 증상 없이 장거리를 날아다닐 수 있다”며, “WHO는 이런 철새의 떼죽음이 이번 조류독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 개발도 아직은 요원하다. WHO는 “바이러스가 변이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백신 개발에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5N1은 97년 홍콩 조류독감의 변형 바이러스로, 홍콩 조류독감에 대응해 WHO가 지난해 개발했던 백신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 또 H5N1의 변이 속도가 매우 빨라 백신 개발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WHO는 H5N1이 오래된 인간 독감 치료약인 아만타딘과 리만타딘에 내성을 갖고 있지만 최근에 개발된 타미플루와 레렌자로 이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이 조류독감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H5N1이 변이해 인간 대 인간 감염이 가능해 질 경우 살인적인 유행성 독감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스페인 독감은 1918~19년 세계적으로 4,000만~5,000만 명의 희생자를 냈었다.
<김이경 기자 moonligh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