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을 수 있는 커피전문점. 아파트 단지 내에도 주택 근처에도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입니다. 과거 친구들과 만나는 시내의 약속장소에서만 있던 커피숍은 이제 집 근처 골목골목을 점령했죠. ‘이렇게 많아도 되나’ 소비자가 걱정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특히 집 근처 커피숍에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평일 오전 10시~11시쯤 되면 한 무리의 유모차 부대가 들어옵니다. 한남동 유명 브런치 카페 A는 대부분의 매출이 인근 아기엄마들을 통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말, 공휴일에야 항상 매장이 꽉 차지만 비교적 한가한 시간인 평일에 주부들이 찾지 않는다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요. 그러면서 A 카페의 매니저는 정말 감사하지만 과도한 요구에 힘든 점도 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뛰어 노는 아이를 제재할 수 없다. 그러다 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매출 급감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고충이었죠.
기자의 집 근처 커피숍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인근에 시립도서관이 생기면서 하나뿐이었던 커피숍은 여덟 개를 넘어섰습니다. 근처에는 파스타집, 퓨전 분식집도 오픈을 앞두고 있고 물론 2주 내에 커피숍 두 곳도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커피숍이 한 곳 뿐이었을 때는 인근에 이렇게 많은 아기엄마들이 있는 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커피숍마다 귀여운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꼭 한 두 테이블씩은 있습니다. 나머지 테이블은 20~3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숍을 개인 공간처럼 사용하는 일부 손님들로 인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테지만 데리고 온 부모가 ‘아이들은 원래 다 그렇다’며 그대로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입도록 방치 하는 것입니다. 친구와 연인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오는 80%의 고객이 불만도 제기하지 못한 채 끙끙대다가 과도한 소음으로 자리를 뜨기도 합니다. 직접 관찰한 바로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아이니까’ 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습니다.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싫고 괜히 나섰다가 말싸움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예절교육이란 내 권리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KBS의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송일국씨의 세 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신드롬을 일으킨 건 귀여운 외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삼둥이의 예의 바른 행동들이 더해져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밥도 잘 먹고 말도 예쁘게 하고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훈훈해진다며 입을 모읍니다. 기자는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삼둥이처럼 행동한다면 그만한 희소성(?)이 부여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올바른 아이의 태도’를 삼둥이를 통해 발견하고 여기서 사람들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요.
아동 관련 전문학자들은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 부모는 올바른 행동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내 아이가 귀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누군가의 자녀일 테니 그들에게 피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들 이야기처럼 ‘아이가 뭘 알겠습니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누군가’의 잘못일 텐데요.
/iluvny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