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클라인 리사 마시 지음/루비 박스 펴냄
가장 /현대적이고 미국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에 대한 전기다. 이 책은 뉴욕 포스트지의 패션 담당기자인 저자가 그에 대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온갖 험담과 악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전에 나온 책과 구별된다.
캘빈 클라인은 67년 12월 그의 동료 배리 슈와츠와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창업한 이래 연간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청바지와 향수, 스포츠 의류, 가죽 벨트, 지갑등 패션분야에서 대중의 의표를 찌르는 과감한 디자인과 성적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성공비결로 꼽힌다. 특히 80년대 브룩 쉴즈를 광고 모델로 한 /나와 캘빈 사이엔 아무 것도 없어요/란 광고 카피는 대중들을 묘한 혼돈 속에 빠뜨리기도 했다. 나중에 회사측이 그 때는 캘빈이 아직 팬티를 만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고 해명(?) 했지만.
그러나 캘빈 클라인이 세운 회사는 올 초 필립스-반 호이센에게 소유권이 넘어 갔다. 그에 대한 동성연애, 마약, 수상한 비즈니스 거래 등 끊임없이 악소문이 터져 나온데다가 90년대 매출 부진에 따른 재정적인 어려움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42년 뉴욕 브롱크스의 가난한 헝가리 이민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한 때 패션제국을 우뚝 세운 그도 슬하의 자식도 없이 인생의 내리막 길을 걷고 있지만, 그가 남긴 /cK/란 브랜드는 후계자들에 의해 고유의 이미지를 지켜갈 것이란 게 뭇사람들의 기대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