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산 좋고 물 좋더라"

근대산수화 양대산맥 이상범·변관식 '요산요수' 展

청전 이상범 '하경산수'

소정 변관식 '수유정'

독주 체제보다는 양강구도가 발전적이다. 동지이자 경쟁자로 서로를 자극한 사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고흐와 고갱의 시대에도 늘 존재해 왔다. 한국 근대 산수화에 있어서는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과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이 양대산맥을 이뤘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둘은 오원 장승업의 화풍을 이어받은 마지막 도화서 화원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 두 스승을 함께 모셨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청전 이상범은 동아일보 미술책임 기자로 근무하던 시기에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살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한 인물이다. 평화로운 자연의 계절변화를 표현한 '사계산수(四季山水)'를 통해 한국적 서정성을 표현했는데 완만하고 넓게 퍼진 언덕과 강 풍경 속에 자신만의 이상향을 구축했다. 소정은 스승인 소림 조석진의 외손자로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났다. 초기에는 전통화법에 서구적 일본화풍을 받아들였고 이후 실제 풍경을 '관념산수'로 재해석해 갈필(渴筆)의 묵법과 파격적인 구도를 통해 또다른 이상향을 그려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좀 더 현대적이다. 청전과 소정의 산수화 만을 모은 '요산요수'전이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22일 개막했다. 전시를 기획한 공창호 대표는 "같은 스승에게서 수학했으나 각기 다른 표현력을 가진 동시에 한국적 특성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두 거장"이라며 "맑은 붓질을 사용한 청전의 작품이 여성적, 수평적이라면 일필휘지를 즐긴 소정의 산수는 남성적, 수직적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청전의 전통 산수화는 시원하고 고요한 풍경에서 선비적 기품을 보여주는 반면 소정은 좀더 현대적인 구도의 화면에서 굵은 필선으로 예술가적 패기를 드러낸다. 작품 안에서 자신이 꿈꾸는 풍광을 찾아가는 것은 관람객이 누리는 안복(眼福)이다. 총 42점의 출품작 가운데 청전의 작품 6점은 처음 일반에 공개되는 것이라고 한다. 내년 1월9일까지. (02)735-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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