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여파로 대한민국 경제도 침체기를 맡고 있다. 내수는 얼어붙고 환율에 발목 잡힌 수출까지 비상이다.
대한민국호에 승선한 힘없는 중소기업들은 그저 불안할 따름이다. 눈앞까지 차오른 시커먼 바닷물은 한 순간에 집어삼킬 기세건만 그 누구도 손 내미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뼈를 깎고 살을 떼어내는 고통을 이겨내는 경영혁신만이 유일한 탈출구인 상황이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얼어붙은 소비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유통·관광·마케팅 등 민간소비의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발생 시점부터 30일까지 7개 신용카드사의 신용판매액이 전달보다 5%나 감소하는 등 급격한 소비둔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들썩이며 그나마 경제를 이끌고 있던 수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일본 엔화의 하락으로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의 직격탄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달러당 1,100원대였던 원화가치는 최근 1,000원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환율요인만을 놓고 볼 때 한국산 제품은 10%의 가격인상이 되는 반면, 일본산 제품은 오히려 가격할인이 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경기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 2·4분기 재정집행을 7조8,000억원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안이다. 무엇보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 표명으로 불가피해진 개각은 그렇지 않아도 무기력한 경제부처의 존재감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이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의 혁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혁신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혹독한 한파를 견뎌내는 동안 혁신의 DNA는 생존한 중소기업들의 조직문화에 깊숙이 각인되어질 것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