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 중 항상 아리송한 단어가 있다. 바로 '웨어러블(wearable)', 즉 '쉽게 소화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단어다. 보통 이 단어가 붙는 옷들은 너무 튀지 않고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 말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 웨어러블과 '언웨어러블(unwearable)'은 옷을 볼 때 베이직과 트렌드의 차이가 아니라 내가 자주 입었던 옷과 그렇지 못했던 착용 경험의 차이라고.
필자는 얼마 전 한 회사에서 직원들을 모델로 작은 패션쇼를 하는데 옷을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회사는 국내 유수의 기업일 뿐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상대하는 글로벌 회사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일을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본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상대하는 다양한 파트너와 달리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사람 나름의 개성도 다르고 또 자신이 일하고 있는 상대회사의 분위기도 다를 텐데 왜 모두 똑같은 모습일까. 약간은 궁금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울리는 또 다른 모습을 찾아주자고 생각해 각자에 맞는 의상을 제안했다.
처음에 그들은 그 옷을 어색해했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 입었던 비슷한 느낌의 옷을 원했다. 하지만 막상 패션쇼를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주위 동료들에게 날씬해 보인다, 멋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자 꼭 그 옷이 이전에도 입었었던 옷인 양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런 게 바로 웨어러블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대개 주위 사람들과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 내의 옷이 편하고 자신에게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당연하게 비슷한 옷들을 구입하고 입게 된다. 하지만 그건 내가 다른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경험들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자신의 착각이다. 더 멋지고 매력적이게 보일 수 있는 자신을 주위의 상황에 맞춰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옷에 도전하고 입다 보면 어느덧 그 옷들이 나의 웨어러블이 돼 있을 것이다. 당신의 새로운 웨어러블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