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청산결제시스템 선진화의 의미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거래 규모와 투자자 다양성 등에서 세계 일류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매매 거래를 종결 짓는 청산결제 기능은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올 들어 자본시장의 청산결제 기능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구축돼 증권 거래의 안정성ㆍ효율성이 한층 향상됨으로써 자본시장의 발전을 견인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 통한 자금결제로 신인도 높여


종전의 주식시장 결제는 오후4시 이후 이뤄져 결제 지연이 빈번했으나 이제 오전9시부터 대금과 증권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결제 지연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증권결제지연손해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대금 이체도 시중 은행에서 한국은행을 통하도록 해 자금 결제의 안정성을 담보했다. 기관들의 결제자금 수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관 결제 방식도 양자 간 차감에서 다자 간 차감으로 개선했다.

국채시장에서도 대금 결제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국채종목별로 대금을 차감해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국채증권에 대한 매도대금이나 매수자금을 회원사가 용이하게 수령ㆍ조달할 수 있게 했다. 또 국채시장의 결제도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오전9시부터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증권 결제가 2시간 이상 조기에 완료됨으로써 우리 증시의 대내외적 평판이 크게 향상됐다. 결제가 오전9시부터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증권 결제가 대부분 오전에 이뤄지고 대금 결제도 오후3시 이전에 종결되고 있다. 그 결과 기관 등 시장 참가자들의 자금 운용에 있어서 융통성과 증권의 활용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또 대금 결제가 중앙은행을 통해 이뤄져 자금 이체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중앙은행을 통한 대금 결제를 권고하고 있어 결제은행 관련 리스크 해소와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글로벌 신인도 향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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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로운 청산결제 인프라가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유관기관 간 상호 협력이 원활히 이뤄진 데 있다. 한국거래소는 해외 선진제도와 운영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벤치마킹하고 증권사ㆍ은행 등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고객 지향적으로 제도를 설계ㆍ운영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증권과 파생상품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세계거래소연맹이 집계한 지난해 주식ㆍ채권 등의 거래 규모는 100조달러에 이르며 선물ㆍ옵션 등 각종 파생상품의 거래 규모는 유가증권 거래 규모의 수십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거래 규모 급증은 글로벌화, 전자거래화, 다양한 상품의 출현, 매매기법의 고도화 등 프런트 영역의 급속한 확장과 발달에 기인한 바 크다. 이 같은 거래가 완결되기 위해서는 청산결제 기능의 원활한 작동이 매우 중요하다.

안정성ㆍ이용자 편의 제고방안 추진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을 겪으면서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증권과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청산결제를 선진화하기 위한 인프라의 성공적 구축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하겠다.

장내 거래는 물론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중앙청산결제기구로서 거래소의 역할과 책무가 한층 강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런 인식하에 한국거래소는 금융상품 거래의 결제 이행을 보장하는 중앙청산결제기구로서 정부ㆍ유관기관 등과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구축해 청산결제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데 한층 더 노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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