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리포트] 중국 유별난 상아 사랑에… 아프리카 테러단체 크고 코끼리는 멸종 위기

액운 막고 부의 상징… 95% 중화권서 밀거래

당국 단속에도 수요 안줄어 가격 4년새 3배

阿 테러집단 자금줄되며 '블러드 아이보리'로


코끼리의 엄니인 상아(象牙)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은 유별나다. 고급승용차에 상아장식품을 다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승용차 내부장식을 상아로 하는 부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의 상징인 상아장식품이 부자들에게 필수품인 셈이다.

중국인들의 상아 사랑이 아프리카 코끼리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말중국 해관총서가 광둥성 둥관에서 6톤 가량의 상아를 폐기처분하고 올 2월에는 상하이 푸동 해관이 96kg에 달하는 상아 밀수를 적발해 관련자들을 처벌했지만 중국인들의 상아 사랑은 그치지를 않는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의 상아 수요가 아프리카 반군과 테러집단들의 자금줄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적인 비난의 화살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피 묻은 다이아몬드)처럼 아프리카의 상아도 위안화가 몰리며 블러드 아이보리로 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대대적인 밀거래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상아는 끊이지를 않는다. 베이징 최대 골동품 시장인 판자위안. 주로 청옥이나 홍옥 등과 골동품을 파는 판자위안의 가게들의 뒷문에서는 상아 밀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진다. 판자위안에서 20년간 골동품 가게를 운영한 우링신씨는 "공안이 심하게 단속을 하지만 상아를 찾는 고객은 계속 늘고 있다"며 "뒷거래가 늘어나며 상아값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상아 밀거래 95%가 중화권=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 협약(CITE)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상아의 90%이상이 중국ㆍ홍콩ㆍ마카오 등에서 소비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중화 경제권 국가들까지 합할 경우 95%를 넘는다. 하지만 CITE는 물론이고 중국 정부도 1989년 이후 국제거래가 금지된 상아의 밀거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해 전세계 상아의 밀거래 규모는 70억~1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이 63억~90억달러를 상아 밀거래에 지불한다. 지난 2009~2011년까지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홍콩으로 불법적으로 들여오다 적발된 상아의 규모는 6.5톤에 달하고 지난해에만도 8톤 가량의 상아가 홍콩 해관에 적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밀거래 되는 상아의 규모가 적발된 규모의 10~20배를 넘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의 단속이 상아 밀거래를 막는데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내 상아의 밀거래가 부유층과 권력층과 연결되며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적했다.

관련기사



◇상아가격 4년 새 3배로 껑충 뛰어=중국 내 상아 가격은 수요가 급증하며 4년 사이 3배가 됐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5월 베이징과 상하이의 상아 공예품 공장과 도매상의 상아 구입가격은 ㎏당 2,100달러(약 211만원)를 넘었다. 4년 전 2010년 5월에 조사한 가격 ㎏ 당 750달러에서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SCMP는 중간 상인들이 1~4kg의 상아를 판매가격의 10분의 1에 아프리카에서 구매해 밀수꾼들을 이용, 중국으로 들여온다고 전했다. 밀수라는 리스크와 급증한 수요에 가격은 치솟는다.

상아로 만든 장신구는 중국에선 전통적으로 부의 상징이다. 상아가 액을 막아준다는 속설이 있어 선물로도 인기다. 중국 주간지인 카이신은 지난해 횡령과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구쥔산 인민해방군 총후근부(군수사령부) 부부장(중장)의 집은 입구부터 백색 대리석 코끼리 2마리가 버티고 있고 압수한 물품 중에는 순금 세면대뿐만 아니라 문고리도 상아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인의 상아 공예품 수요는 늘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로 아프리카의 코끼리 밀렵이 줄면서 상아 가격 폭등을 불렀다. 홍콩 소매점에서 상아 장식품 가격은 1㎏당 23만770홍콩달러(3,000만원)로 최근 10년새 50배로 뛰었다고 SCMP는 전했다.

◇핏빛으로 물든 상아=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의 상징이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면 중국으로 밀수된 상아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아프리카 반군들과 테러집단들이 코끼리 밀렵으로 획득한 상아로 돈을 벌어 각종 테러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우간다의 반군단체 '신의 저항군(LRA)'은 코끼리 밀렵으로 상아를 팔아 매년 400만~1,2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테러에 사용하고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수단 다르푸르 학살을 자행한 잔자위드 민병대도 상아 밀매로 재원을 확충한다. 알카에다 분파인 알샤바브는 상아 밀무역 중개로 무기를 사들여 지난해 9월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에서 67명의 사망자를 낸 인질 테러를 벌이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테러단체들이 상아 밀매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상아의 주 수요처인 중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 정부도 국제적인 비난에 단속에 적극적이지만 상아의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밀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정부가 상아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나설수록 오히려 상아의 가격은 더 오른다"며 "오프라인의 거래가 단속의 위험에 노출되자 중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상아를 구입하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는 불법 상아 장식품이 거래되고 매머드 상아 등 새로운 품종의 상아도 거래가 되고 있다. SCMP는 "중국인들이 상아 장식품 뒤에 피와 범죄가 놓여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