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건설공사 분리발주 확대해야


지난달 일부 종합건설사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1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어닝 쇼크로 인한 파문이 건설산업을 흔들고 있다. 손실의 사유로 장기간의 해외 플랜트 공사에 수반된 다양한 리스크,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 건설산업 회계 처리의 특수성 등이 거론되지만 주원인은 저가 수주로 지목되고 있다. 해외 공사에서 저가 수주는 오랜 기간 고착돼온 국내 건설산업에서의 원ㆍ하도급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원도급자인 대형 종합건설사가 저가 수주에 따른 부담을 하도급자인 중소 전문건설업체에 전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력 약화 원인은 하도급 구조

건설공사는 공사 전반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종합건설사와 공종별로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가 수직적인 원ㆍ하도급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지 않으면 하도급자는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고 저급 장비와 자재를 사용하며 기술 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원도급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인 이른바 갑을 관계와 건설산업의 원ㆍ하도급 구조는 거의 일치한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과제의 하나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를 채택했다.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정부부서와 공기업이 발주하는 공공공사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이다. 발주자가 종합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실제 시공을 하는 전문건설업체에 공종별로 분리해 발주하면 하도급 관련 불공정 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뿐만 아니라 적정 공사비를 보장함으로써 시공 품질 향상, 기술력 제고와 안정적 고용이 가능해진다. 분리 발주는 정부의 국정철학인 경제민주화의 세부 실행계획이며 창조적 전문중소기업 육성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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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는 인간생활의 쾌적성과 제품 생산의 환경을 제공하는 건설산업의 핵심 공종으로서 건축물의 냉난방과 위생설비를 비롯해 산업시설의 유틸리티 공급설비를 포괄한다. 인간과 산업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주체인 기계설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총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10위권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계설비의 고효율화는 필수적이며 시공 단계부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실제 건설공사에서도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감안해 설계도서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공사원가 산정이나 공정관리는 물론 하자책임도 독립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분리 발주에 가장 적합한 공종이고 이미 미국ㆍ독일ㆍ일본 등 건설산업 선진국에서는 채택되고 있다.

기계설비 등 전문기업 육성 필요

건설산업 공종 가운데 일찍이 특별법에 의해 분리 발주가 의무화된 전기설비와 통신설비는 고유의 특성을 살려 높은 수준의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분리 발주 입법 심의가 진행 중인 소방설비도 곧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반면 기계설비는 타 공종에 비해 건설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그동안 법제화 지원을 받지 못한 관계로 관행화된 원ㆍ하도급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공공공사에 한해 분리 발주가 국정과제에 포함됐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하도급자인 기계설비업계는 저가 도급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시공품질은 고사하고 경험과 기술을 전수할 인력마저 고갈되는 고사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고 경제민주화라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기계설비의 분리 발주는 시급히 시행돼야 할 국가적인 과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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