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진경시대 꽃피운 왕실 화가 만난다

■ 간송미술관 13~27일 전시회<br>김홍도·신윤복·김득신 등 21명 대표작 80점 선봬

조선 시대 문화 부흥기였던 진경시대 왕실 화원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달밤 아래 연인의 밀회를 그린 혜원의 '월야밀회'

권력에서 밀려난 후 쓸쓸한 자화상을 담아낸 단원의 '월하취생'이 당대 화려한 예술 세계를 유감 없이 보여준다. /사진제공=간송미술관

단원 김홍도ㆍ혜원 신윤복 등 조선의 문화 황금기였던 진경시대 왕실 화가들이 남긴 걸작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가을 정기 시즌을 맞아 '진경(眞景)시대 화원전'을 선보이는 것. 일년에 봄과 가을 단 2주씩 대중에게 미술관을 공개하는 간송은 오는 13~27일 진경시대 화원 21명이 남긴 작품 가운데 각 시기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80여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진경시대'는 조선 숙종대(재위 1675~1720)부터 정조대(재위 1776~1800)까지 125년의 기간을 말한다. 조선왕조 후기문화가 고유 색을 한껏 드러내며 중국과는 차별화된 우리만의 문화 예술을 화려하게 꽃피웠던 문화의 르네상스 시기로 꼽힌다. 진경시대 가장 큰 특징은 조선 고유의 독창적인 미감과 화법으로 중국풍을 극복하고 조선의 자연과 풍토, 정서에 맞는 사실주의 회화를 구축했다는 것. 관념산수가 아니라 실경산수, 더 나아가 실경산수를 넘어서서 조선 산천에 내재된 정신까지 담은 진경산수가 탄생했다. 화폭 속 인물들이 비로소 중국풍 의복이 아니라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조선 사람 차림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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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은 "조선초기를 지배했던 주자성리학의 자리를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심화 발전시킨 조선성리학이 대신하면서 고유이념이 생겼다는 자긍심은 회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조선 고유의 자연과 정신을 드러내며 진경산수화와 풍속화의 토대가 마련됐고, 화법 면에선 중국 준법이 아니라 조선의 준법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진경시대는 숱한 화가들이 있지만 겸재 정선(1676~1759)과 풍속화의 시조라 불리는 관아재 조영석(1686~1763)을 거쳐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혜원 신윤복(1758~?) 등이 대표적이다. 26점이 선보이는 단원의 작품 가운데 '금강산 명경대'는 집중과 생략을 자유롭게 구사하던 겸재의 금강산 그림과는 달리 직업 화가답게 기술적인 디테일이 돋보인다. 정조와 독대할 정도로 잘 나가던 단원은 권력에서 밀려난 뒤의 심경을 '월하취생(月下吹笙)'이라는 작품에 담아냈다. 혜원은 영·정조 어진을 그린 신한평(1735∼1809)의 장남으로 부자가 함께 화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혜원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풍속화로 눈길을 돌렸다. 단오날의 풍경을 그린 '단오풍정(端午風情)', 달밤 아래의 연인을 그린 '월야밀회(月夜密會)' 등 잘 알려진 15점이 전시된다. 진경시대 황금기를 수놓았던 단원과 혜원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다. 이밖에 겸재를 흠모한 나머지 이름까지 '겸'자를 붙인 불아재 김희겸(1710∼?), 현재 심사정(1707∼1769)의 화풍을 모방한 호생관 최북(1712∼1786), 자신만의 화풍을 이룩한 긍재 김득신(1754∼1822)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편 비영리 공익법인이자 학술연구재단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성우)이 최근 출범했다. 재단은 기존 미술관을 유지하면서 근처에 새로운 미술관을 신축해 더 나은 환경에서 소장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 3월 개관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미술관 소장품으로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은 1만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료 무료. (02) 762~0442.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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