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럽헌법 국민투표 부결은 유럽 통합을 위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노력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유로화 약세 심화 등으로 연결돼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국민, 왜 유럽헌법 반대했나= 프랑스 국민들이 유럽헌법에서 등을 돌린 이유는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유럽헌법 부결로 표출했다는 것. 동시에 유럽통합을 바라보는 프랑스 국민들의 불안심리도 헌법 부결에 크게 작용했다. 유럽헌법이 발효돼 역내 자유시장경제가 한층 강화되면 프랑스의 사회보장 수준이 저하되고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이 밀려오면서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유럽헌법 반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EU의 권력 비대화에 따른 개별국가의 주권 및 정체성 상실 △터키의 EU 가입에 대한 반감 등도 프랑스 국민들이 유럽헌법에 반대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유럽통합 사실상 무산= 프랑스에서의 부결로 유럽의 정치 통합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 이번 결과는 EU 25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유럽헌법의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 특히 다음달 1일 네덜란드 국민투표 등 향후 다른 나라의 비준 과정에서 부결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다음달 16~17일 열리는 정례 유럽이사회(정상회의)에서 유럽 통합의 속도조절을 포함한 향후 대책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안 부속선언은 1개 또는 몇몇 국가에서 헌법 비준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정상회의가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일부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작성해 다시 비준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국들에서 부결사태가 이어질 경우 헌법안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게 된다. ◇유럽경제에 부정적 영향= 프랑스의 유럽헌법 부결은 유로화 약세 지속과 유로화 사용국(유로존) 확대 차질로 이어지며 유럽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경제가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고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유로화는 프랑스 국민투표 여론조사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에 대해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웨스트팩은행의 리처드 프라눌로비치 외환투자전략가는 “유럽헌법 부결은 침체상태에 빠진 유럽경제에 이미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유로화를 매각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의 유럽헌법 부결은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EU 회원국들의 유로권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터키와 크로아티아 등의 EU 가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