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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 쇼루밍(showrooming)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쇼루밍 현상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직접 살펴본 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가격비교를 통해 가장 가격이 싼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쇼핑몰의 전시장(showroom)이 돼버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갤럽의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의 40%가 쇼루밍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격비교 후 온라인 구매 현상 확산
쇼루밍 현상의 빠른 확산에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가격비교 애플리케이션(앱)의 출현으로 탐색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는 매장에서 제품을 본 후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컴퓨터가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인터넷 검색 후 방문한 매장보다 더 싸게 파는 곳이 없으면 다시 그 매장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불편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가격비교 앱이 등장하면서 손쉽게 같은 제품을 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렇다면 쇼루밍 현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해리스폴에 따르면 매장방문 후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한 소비자(쇼루밍족)의 57%가 아마존에서 실제로 구매했다.
쇼루밍 현상의 확산으로 위기에 직면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손쉬운 방법은 이 현상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소비자들이 가격비교 앱을 사용하기 어렵도록 제품의 바코드를 자사 매장에서만 통용되는 형식으로 바꾼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소비자의 외면이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기보다 이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하고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이다. 이 전략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의 모든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매장·인터넷·모바일 등 모든 채널에 걸쳐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략의 기본정신이다.
다양한 온라인채널 연계전략 펴야
미국의 유명 유통업체는 이미 이런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폴라리스·쇼피캣서비스 등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폴라리스는 사용자의 SNS 계정을 이용해 인간관계·이벤트·위치 등을 파악한 후 사용자의 기호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쇼핑엔진이고 쇼피캣은 사용자의 소셜데이터를 분석해 지인에게 적합한 선물을 추천해주는 앱이다. 메이시스백화점도 매장에 재고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자사 온라인몰로 주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온라인몰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사이즈의 옷을 고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옴니채널 전략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유통업체가 자사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뒤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옴니채널 전략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4명 중 1명꼴로 쇼루밍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기술발전을 토대로 소비자의 파워가 더욱 커지는 쪽으로 쇼핑환경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옴니채널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