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몸집 불려도… 최강 한국반도체 끄떡없다
한국 겨냥 연합전선 모색한다지만 "찻잔 속 태풍"■日엘피다, 美마이크론·대만 난야와 경영통합 추진삼성전자·하이닉스에 나노경쟁서 크게 밀려생산량 조절 나서도 되레 격차만 확대될 것3사 모두 적자에 허덕… 재무적 도움도 힘들어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김상용기자 kimi@sed.co.kr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엘피다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의 난야와 경영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의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D램 3위 업체인 엘피다가 세계 D램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항하기 위해 3자 연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이들이 힘을 합친다 해도 삼성전자ㆍ하이닉스와의 나노경쟁에 뒤져 있는데다 마이크론ㆍ난야 등이 누적 영업적자로 부실화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어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마이크론과 난야는 지난 2008년 독일 키몬다의 파산처럼 차라리 엘피다의 퇴출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경영통합 추진 과정에서 엘피다를 완전 자회사로 흡수합병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엘피다는 독립경영 체제를 원하는 등 각자의 셈법이 크게 다른 상태다.
◇삼성ㆍ하이닉스 추격 어려워=이들 3사가 경영 통합에 성공한다 해도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구도를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표면적인 점유율만 놓고 보면 이들 3사를 합치면 D램 시장 점유율이 27.8%로 높아져 하이닉스(21.6%)를 앞서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건 수익성과 원가 경쟁력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10나노 공정에 돌입한 가운데 하이닉스 역시 상반기 안에 20나노 D램 생산에 돌입한다. 더 세밀한 공정이 될수록 한 개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 그만큼 원가 경쟁력이 강해진다. 싸게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엘피다ㆍ마이크론 등은 아직 각각 30나노와 40나노대 공정에서 멈춰 있어 반도체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이익을 내기 힘들다.
또 이들은 통합 이후 감산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D램 가격을 올려 재무 상태를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지만 이 같은 D램 가격 상승 효과는 삼성과 하이닉스에 더 큰 이득을 주게 된다. 특히 이 같은 감산은 결국 이들 3사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켜 반도체 호황기에 선발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달콤한 독배'가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량 조절이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결국 적자에 허덕이는 이들 업체의 합종연횡이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로에 선 엘피다=최근 들어 엘피다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하위업체들과 제휴ㆍ합병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돈이 없어 한계 상황에 내몰리자 필사적으로 살길을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엘피다는 지난해 상반기(4~9월)에 567억엔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하반기에도 1,000억엔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엘피다는 2008년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에서 깊은 내상을 입으면서 일본 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금과 회사채 상환이 몰려 치명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증자에도 불구하고 오는 3~4월에 920억엔 규모의 차입금과 사채 상환을 위한 실탄이 시급한 것.
사정이 이렇자 엘피다는 외국 기업과의 경영통합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높인 뒤 국내 금융기관들에 만기연장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또 엘피다는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민관 합동펀드인 산업혁신기구에 1,000억엔 규모의 출자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3사는 응급실에 실려가야 할 상황이지만 경영통합으로 일단 일반 병동에 머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3사의 경영통합 이후 D램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경영 상태 악화는 과거 개별 회사로 남아 있을 때보다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