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 재교육 '선택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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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승씨. 환갑을 앞두고 있는 이씨의 꿈은 젊고 푸르다.
당대에 거창한 문학상은 못 받더라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한 소설을 쓰는 일. 이씨는 그 날을 위해 창작을 위한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낮에는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이다. 그 나이에 강행군이지만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렇다고 젊은 시절부터 문학청년을 꿈꿔온 것도 아니었다. 이씨는 항공회사 장비수리분야에서 젊음을 보냈다. 글 쓰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일터였다. "노후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반드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했던가. 이씨는 이제 어엿한 소설가가 됐다. 어려운 등단의 관문도 무사히 통과했다. 60이란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부산소설가협회가 주관한 '소설가학당'과정을 마치는 등 문학수업과 습작을 계속해 왔다.
▶ 평생학습은 생존의 필수조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Anyone, Anywhere, Anytime)학습을 한다는 '3A'개념의 평생학습이 생존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는 구조조정으로 '평생직장'과 '평생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평생학습에 대한 열기는 뜨거워만 간다. 예전 같으면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을 이씨처럼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런만큼 이제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평생교육의 산실처럼 자리매김한 방송통신대학은 이 같은 사회의 변화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입학생 대부분이 정규 교육의 기회를 잃은 늦깎이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명문대 출신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명문대 졸업생의 편입학은 지난 98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나 1,550명이나 된다. 그만큼 평생 학습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30대부터 준비해라
재교육에 대한 수요층이 두터워진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퇴직후의 일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40대나 50대에서 지펴진 재교육의 열기는 위아래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재수(30)씨. 그는 올 2월 방통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기계장비와 관련돼 있지만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만약을 위해 다음에는 경영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보다는 젊었을 때부터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 사이버로 확산되는 평생교육열기
이런 이유 때문에 인터넷은 평생학습을 원하는 네티즌들로 항상 만원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덩달아 이들을 잡기 위한 포털업체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세태의 변화가 비즈니스에도 새로운 변화를 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daum.net)의 경우 평생교육 코너에서 문예창작, 방송작가, 독서지도자 등 새로운 직업에 대한 교육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코스(edu.lycos.co.kr), 배움닷컴(baeoon.com), 드림위즈(dreamwiz.com), 네이버(naver.com) 등도 교육전문업체와 제휴해 탄탄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 자원봉사가 고용으로 연결
여가와 취미가 주류를 이뤘던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과거처럼 '시간 때우기'식 교육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보다는 자원봉사를 통한 실무형 학습이 인기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금빛평생교육봉사단'도 같은 맥락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은 공공도서관이나 지역 교육센터,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다양한 교육 봉사를 펼치고 있다.
부산대 이병준 교수는 "고령자들이 특정 영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은 뒤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면 프리랜서나 파트타이머로 출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