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말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 13년 만에 다시 강북시대를 연 한솔제지가 소통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직원들의 자기 책상을 없애는 등 '사무공간의 혁신'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통상 사무실의 풍경은 팀장석을 기준으로 직급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한솔제지는 이런 지정좌석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각자의 팀 공간 내에서 팀장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해 업무를 볼 수 있는 자율좌석제를 전면 실시했다.
자율좌석제를 통해 팀장 자리는 물론 과거 상사와 부하직원의 공간을 나누던 칸막이와 파티션은 모두 사라졌고 대신 큰 테이블을 설치해 모든 팀원이 어울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직원들은 출근 후 각자의 사물함에서 자신의 노트북과 업무에 필요한 서류 및 집기를 꺼내 업무를 보고 퇴근 때는 다시 자신의 물품을 사물함에 보관한다.
사무공간의 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 사무실의 창가 자리는 팀장 등 상급자들의 차지였지만 자율좌석제가 시행된 후에는 창가 공간에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해 사원들이 자유롭게 회의를 하거나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임원실의 공간도 전에 비해 축소하고 담 높이도 낮춰 직원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아울러 한솔제지는 바(bar) 형태가 가미된 카페테리아 개념의 사원 휴게실과 수면실, 도서열람실 등 사원들의 휴식공간을 다양하게 확대했고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집중해 근무할 수 있는 집중근무실 공간도 마련해 업무의 집중도를 높였다.
보수적인 색채가 다소 강한 제지업계에서 이 같은 자율좌석제를 처음 접한 사원들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개인책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벗어난 이번 제도가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자율좌석제를 경험하고 있는 한 사원은 "처음에는 팀장 옆에 앉게 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자유롭게 옆에 앉아 자주 업무를 협의하다 보니 과거 업무 결제를 기다릴 때 느꼈던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사라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1998년 광화문 사옥에서 강남 역삼동으로 옮긴 지 13년 만에 다시 강북으로 이전한 것과 관련, 한솔그룹의 한 관계자는 "제지의 주 거래처인 유통점과 인쇄소가 을지로ㆍ충무로 및 성수동과 파주ㆍ일산 지역 일대에 밀집해 있어 영업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고객과 더 가까워진 만큼 서비스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