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미국 슈퍼커패시터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나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전력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의 기술을 응용한 ESS 개발 연구에 돌입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위해 미국의 슈퍼커패시터업체인 맥스웰 테크놀로지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최근 체결했다.
커패시터는 전력 저장장치의 한 형태로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배터리와 달리 단순한 이온의 이동이나 표면화학반응을 이용한 충전 기기다. 주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내부에서 메모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부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슈퍼커패시터는 커패시터 가운데 축전용량이 큰 커패시터를 일컫는 것으로 고출력이 필요한 분야에 적합한 틈새 전지 형태로 각광 받고 있다.
커패시터는 고유의 단점 때문에 그동안 일반적인 축전 용도로 널리 쓰이지는 않았다.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 순간 바로 방전이 시작돼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 수초 정도로 짧은 데다 축전할 수 있는 용량에 비해 부피가 크다. 다만 출력이 2차전지보다 100배가량 높은 데다 충전에 필요한 시간이 짧고 충전과 방전 사이클을 반영구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극단적인 고온과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이미 보유한 리튬-이온 2차전지 기술에 슈퍼커패시티의 이 같은 특성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MOU를 맺은 맥스웰 테크놀로지는 초고용량 커패시터를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한 업체로 과거 지멘스-마쓰시타 합작기업인 EPCOS 등에 기술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다. 두 회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전기자동차 시장은 물론 산업용 등 다양한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ESS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가 성공할 경우 ESS 기술 및 시장 선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리서치업체 이슈퀘스트가 발행한 보고서에서 "성장하는 ESS 및 전기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셀이나 팩 등의 부품용 단제품 차원을 넘어 2차전지와 슈퍼커패시터를 조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저장량과 출력 능력이 극대화된 고효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ESS 시장 성장에 대응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살펴보고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MOU를 체결했다"며 "연구개발 단계이며 아직 사업적 협력 검토는 없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