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이 로봇 드릴은 계란 껍데기에만 정확하게 구멍을 낼뿐 흰자를 감싸고 있는 막은 건드리지 않을 만큼 정밀하다. 사람의 뇌를 절개할 때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뇌 조직의 미세한 밀도 차이를 눈치 못 채고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대단히 민감한 로봇 드릴을 사용하면 뼈에 구멍을 뚫을 때 드릴이 뼈와 붙어있는 부드러운 조직에 닿기 전에 멈출 수 있다. 영국 애스턴 대학의 의공학자 피터 브렛은 드릴의 맨 끝에 다른 조직이 닿는 것을 알려주는 3개의 센서를 갖춘 로봇 드릴을 만들었다. 이 로봇 드릴은 각 층을 뚫고 나갈 때 받는 압력과 회전력을 측정, 각 층의 소재를 파악한다. 또한 드릴로 뚫었을 때 각 층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예측한다. 예를 들어 드릴의 미는 힘이 갑자기 줄어들고 회전력이 증가하면 드릴이 뇌를 감싸고 있는 민감한 섬유질 조직에 도달한 것이다. 3번째 센서는 조직의 유연성을 측정해 앞으로 얼마나 더 파고 들어가야 할지를 판단한다. 로봇 드릴은 청결 및 반응시간 면에서도 수동식 드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 재래식 외과용 드릴은 필요 이상으로 깊게 뚫어 버리거나 뚫은 자리에 찌꺼기가 생겨 뇌에 감염 또는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브렛의 로봇 드릴은 섬유질에 닿자마자 동작을 멈추고 빠져나오기 때문에 더 파기 전에 외과의사가 찌꺼기를 청소할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4월 영국의 국립 의료서비스 기관인 버밍엄 대학병원의 외과의사 데이빗 프룹스는 이 로봇 드릴을 사용해 난청 환자 3명의 달팽이관에 직경 1mm 이하의 구멍을 뚫는데 성공했다. 브렛은 이 로봇 드릴을 사용하면 뇌에 부상을 입은 환자의 단단한 골 조직에 핀을 확실히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