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보조금 지급 등 마케팅에는 엄청난 돈을 쓰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게을리하고 있다.
현재 이통사들이 신사업 및 플랫폼 개발에 투자하는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전체 투자금액의 10%에도 못 미친다. 특히 이통사들의 설비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상태에서 R&D 투자 또한 미미한 수준에 그쳐 차세대 신성장 동력 발굴을 게을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 등 이통3사가 올해 R&D 투자 목적으로 책정해 놓은 금액은 2,500억원(LG텔레콤 제외)에 달한다. 이는 전체 투자액 3조원 가운데 8%에 불과한 것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네트워크 망 설비나 중계기 유지 보수 등 설비투자비를 제외한 순수 R&D투자금액은 2,000억원으로 전체 투자계획 1조6,000억원의 12%에 이른다.
올해 망 설비 및 유지 보수 등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KTF는 올해 순수한 연구개발비로는 450억원을 책정해 놓았을 뿐이다. 전체 투자금액과 비교하면 5%에도 못 미친다.
LG텔레콤의 경우는 현재 R&D 비용을 전체 투자비 금액에 거시적으로 포함해 놓았을 뿐 지출 금액은 산출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통사들의 전체 투자비 또한 올해 3조원대로 3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이통사들의 경우 번호이동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고객빼앗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 연간 마케팅 비용이 투자비를 앞질렀다. 매년 투자보다 마케팅 비용이 3,000억원 가량 더 많이 지출된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은 이처럼 R&D 투자에 대해 인색한 것을 ‘서비스 산업’의 특수성으로 돌리고있다.
국내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이통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망 구축설비와 중계기 유지 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어 간다”며 “따라서 순수 R&D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통사들이 R&D를 도외시하는 것은 대단히 ‘근시안적 시각’이라는 만만치 않다.
국내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에 지금은 감가상각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이익이 남는다”며 “하지만 이익을 재투자하기보다는 그저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소모적인 경쟁에만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들도 단순히 인건비 위주와 외주 중심의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장비를 직접 구매해 다양한 실험을 함으로써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