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펀드가 올 들어 세액공제 추가 혜택으로 몸집을 키워 펀드시장의 빅3로 발돋움했다. 운용사들은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펀드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다양한 투자자산을 활용해 상품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총 375개의 퇴직연금펀드 설정액은 5조5,043억원으로 나타났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10조4,012억원 규모의 가치주 펀드와 최근 인기가 높은 배당주펀드(6조2,341억원) 다음으로 높은 설정액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순유입된 자금도 1조560억원으로 배당주펀드(3조4,292억원)와 가치주펀드(2조9,427억원)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군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식형펀드 전체에서 2조3,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상품에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이다.
개별상품으로 보면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에 연초 이후 2,679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퇴직연금펀드 상품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에는 2,254억원이,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형'에도 2,12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퇴직연금펀드의 이러한 인기는 저금리 상황에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되고 있고 세액공제 등 혜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인호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이사는 "올해 퇴직연금펀드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늘었고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혼합형퇴직연금펀드 쪽으로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우 한국투자신탁운용 채널영업본부 차장도 "올해부터 연간 300만원의 추가 세액 공제혜택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 2012년부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형에 대해 가입자별로 적립금의 40% 이내에서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투자가 가능해졌고 내년부터 70%까지 주식비중이 확대되면서 장기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점도 투자자들이 퇴직연금상품을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C형'의 경우 3년간 수익률이 53.77%를 기록했고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의 5년간 수익률은 42.74%를 나타내는 등 퇴직연금 특성상 장기 수익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운용사들도 퇴직연금펀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운용사들의 대표상품은 물론 해외 상품과 인프라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활용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투자 폭을 넓히고 있다.
인프라펀드를 퇴직연금 상품으로 준비 중인 박인호 이사는 "인프라펀드는 통상 20년 이상의 긴 만기와 낮은 환금성 때문에 공모상품 출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저금리시대에 인프라펀드의 투자수익률이 매력적인 만큼 퇴직연금 투자자들도 펀드를 활용해 인프라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운용은 글로벌올에셋펀드 등 다양한 퇴직연금펀드를 준비하고 있으며 신한BNPP운용은 금융당국의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보유한도 확대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린 상품라인업 구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한국투자운용은 은퇴 예정 시기에 맞춰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조절되는 타깃데이트펀드, 정량적인 위험과 수익 분석을 통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연금솔루션펀드 등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