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녀고용평등법] 벌써 사문화 조짐

지난 1월부터 직장내 성차별을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기업내 승진과 근무 등에 있어 여성 차별이 여전히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남녀고용 불평등을 지도·감독하는 노동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별 점검에 나서도 수박 겉핥기에 그쳐 실속있는 점검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기혼여성의 퇴직을 강요하거나 여성의 승진을 제한하는 등 여성차별을 벌이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않고 있으며 적발돼도 벌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업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H건설은 전체 200여명의 이사중 여성은 한명도 없고 차장급 이상이 단 2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부 직원을 정리해고 할 때 기혼여성 20여명을 두달여 교육시킨뒤 대기발령을 내 스스로 그만두게 만들었다. 또 다른 건설업체인 H산업은 여성이 결혼을 하면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 퇴직하도록 유도, 기혼여성이 계약직 1명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이 회사에는 과장급 이상 여성이 1명도 없으며 대리급 미혼 여성만 2명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여성동우회는 수년전부터 기혼여성의 퇴직 조치를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기혼여성의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있다. 비교적 남녀고용평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금융업계에서도 남녀차별은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채용에 있어 남녀평등을 이루었으나 승진을 위한 고과점수 평가에서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매겨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고 있다. S은행의 경우 과장급 이상 여성이 단 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증권회사의 여직원은 『기업에서 여성들은 남성 보조나 허드렛일 하는 정도로 받으들여져 채용과 승진 등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열심히 일해도 승진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열심히 일할 의욕을 잃고 있으며 따라서 생산성도 높아질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한번도 노동부로부터 남녀고용평등을 위반했다고 제재를 받은 적이 없어 노동부의 남녀고용 불평등 현장점검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지적을 받고있다. 남녀고용 불평등을 지도·감독하는 노동부 근로여성국의 경우 국·과장이 모두 남성이며 사무관급 이상 여성은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도상으로는 남녀고용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하나 관행상으로는 여전히 남녀고용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남녀고용 불평등은 여성이 신고를 해오기 전에는 실태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정재홍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