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쏘리, 스크린쿼터

정부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 일수) 축소 방침에 영화인들의 반발이 혹한 속에서도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1인 시위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은 “스크린쿼터의 친구가 돼달라”고 호소했다. 전도연ㆍ강혜정 등도 바통을 이었고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 이준기 역시 가세했다. 올드보이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훈장을 걷어찼다. 스타의 힘은 과연 세서 국민의 호응도 커지고 있다. 스크린쿼터가 할리우드 자본 공세를 물리치고 한국 영화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밑거름임을, 세계 속에 자랑스런 한류(韓流)를 뻗어나가게 한 원천임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기자 역시 그래서 지난달 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출범을 단독 보도했지만 그 뉴스를 믿고 싶지 않았다. 중립성은 기자의 본분 중 하나지만 스크린쿼터 유지는 개인적 소신이었다. 알다시피 한ㆍ미 FTA 협상 개시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한국 농업의 엄청난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영화감독 이창동이 역임하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이 명계남이었고, 참여정부 출범에 스크린쿼터 지지 세력의 상당한 공이 있음을 감안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는 이 정권이 쉽게 버릴 카드가 아니라는 계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무참히 예상을 빗나가며 오보이기를 바랐던 기사는 특종(?)이 됐다. 스크린쿼터를 배반한 참여정부에 연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익과 현실을 냉철히 응시하며 어려운 결단을 내린 정권 수뇌부의 고뇌는 평가했으면 한다. 그들이라고 스크린쿼터의 힘을 모르지 않는다. 스크린쿼터 얘기만 나오면 연신 “미안하다”며 허리를 조아리는 경제수장(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야기의 힘’을 신봉하는 한국 영화의 광팬이다. “협상에는 상대방이 있고 초강대국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 작은 나라”라는 현실 속에서 이제 “영화계가 국익 극대화와 문화주권의 버팀목이 돼달라”고 말한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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