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화섬업계의 내홍과 외한

산업부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기자의 눈] 화섬업계의 내홍과 외한 산업부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산업부 민병권 기자 지난 4일과 5일. 화섬업계의 ‘내홍과 외환’을 읽을 수 있는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5일 국내 유일의 나일론 원료(카프로락탐) 제조업체인 카프로가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무역업계가 제 2의 우루과이 라운드로 불리는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대응하기 위한 워크숍이 4일 개최됐다. 카프로의 부분 직장폐쇄가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생산비용 상승과 경영난에 처한 섬유업계의 내홍을 대표하는 사례라면 DDA 워크숍은 관세 및 비관세 보호장벽의 추가 완화에 따라 국제시장에 알몸으로 서게 될 화섬업계의 외환을 암시하고 있다. 워크숍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후발경쟁국에선 과잉우려가 나올 정도로 설비증설이 한창인데 국내에선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과 원가상승으로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며 “DDA로 시장보호장벽이 더 허물어진다면 업계는 고사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카프로의 경우만 해도 회사가 지난해까지 3년째 440억원의 누적적자를 낸 상황에서 평균연봉 5,600여만원(지난해 말 기준)을 받는 노조원들이 올해 10.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한달여간 파업을 강행, 결국 부분 직장폐쇄라는 파국을 맞고 있다. 사측이 5.8%의 임금인상과 380%의 상여금 지급을 제안했지만 노조측은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인가. 아니다. 노사가 서로 신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노조 간부는 “사측은 마치 개인회사인 것처럼 회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일부 대주주들의 전횡에 놀아나고 있다”고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또 사측은 실제 명분이야 어떻든 회사가 4년 연속 적자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일단 생산현장만은 정상화시켜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노조측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느 쪽 입장에서 봐도 갈등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DDA와 같은 외환이 임박한 마당에 노사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화섬업계의 내홍은 ‘제 살 깎아먹기’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 생존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사측은 명확한 경영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근로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근로자는 당장의 임금인상보다는 사측에 지속적인 설비ㆍ기술투자를 요구함으로써 장기적인 고용안정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노사 모두 산업 생산현장을 인질로 삼아 각각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무리수를 두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한차원 성숙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newsroom@sed.co.kr 입력시간 : 2004-11-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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