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사지 않고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을 틈새 자금운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당분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은행과 농협중앙회 등 4개 주요 은행의 9월 말 현재 전세자금대출(국민주택자금대출 제외) 규모는 9,988억원으로 6개월 전인 지난 4월 말(6,903억원)보다 30.8% 증가했다. 8월보다는 5.8% 늘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9월 말 현재 1,275억원으로 4월 말(803억원)보다 37.0%나 대출이 증가했다. 신한, 우리 은행과 농협도 같은 기간 각각 36.1%, 29.1%, 8.2% 늘어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전세자금대출 보증금액도 9월 한 달간 모두 4,729억원(기한연장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4,537억원)보다 4%, 전년 동기(4,407억원) 대비 6.8% 증가한 것이다. 은행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세대출 규모가 더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찬휘 국민은행 부동산조사팀장은 "가을 이사 및 학군 수요, 신혼부부 수요 등이 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매매를 보류하고 전세를 유지하려는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물량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도 "주택가격의 변동성으로 손실을 볼 우려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주인보증과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으로 거의 손실을 볼 우려가 없는 전세자금대출이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요즘처럼 은행들이 돈 굴릴 데가 없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시장은 가뭄에 단비 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