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상훈 고려대 생체의공학과 교수

거미줄 생산 원리 본떠 극세사 제조 성공… 인공장기 생산 초석 다졌다<br>마이크로 유체칩 활용… 다양한 모양 극세사 만들어<br>세포 원하는 방향으로 배양… 인공조직 구현에 사용될 듯

마이크로 유체칩을 이용하면 다양한 모양의 극세사를 만들 수 있다. 여러 성분을 일정 간격으로 넣어 만든 극세사(위),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홈이 새겨진 볼록한 모양의 극세사(중간), 공기를 일정 간격으로 주입해 만든 극세사(아래) 등이 가능하다. /사진제공=교육과학기술부

이상훈(오른쪽) 고려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과학기술부

"거미는 먹잇감을 감아 놓는 줄, 새끼를 감싸 보호하는 줄, 방사형으로 치는 줄 등 자신이 필요한 용도에 맞춰 7~8가지의 서로 다른 거미줄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연구팀의 극세사 제조 방식의 아이디어가 바로 이 거미에서 왔습니다."

이상훈(52) 고려대학교 생체의공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거미가 거미줄을 생산하는 원리를 모방해 극세사 제작과 응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교수팀은 거미줄 생산 원리를 본 딴 마이크로 유체칩을 이용해 다양한 모양의 극세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대표적 자매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발표됐다.

◇손톱만한 칩 위에서 만들어지는 각양각색의 극세사=자연계에서는 재료의 구조를 나노 혹은 마이크로 단위로 배치해 새로운 기능을 갖거나, 훨씬 강화된 성질을 갖는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

거미가 다양한 거미줄을 만드는 방식 역시 '배치'다. 몸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실크 단백질로 직물을 짜듯 다른 무늬의 실을 만들어 적재 적소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교수는 손톱만한 크기의 마이크로 유체 칩을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보다 3분의1 가량 가는 극세사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거나, 물질 자체를 바꾸지 않고 마이크로 단위로 재배열했다. 이처럼 물질을 재배열 하면 거미줄처럼 물방울이 맺히는 극세사나 일정한 간격으로 공기나 다른 물질을 주입한 극세사를 만들 수도 있다.

극세사 제작 기술의 핵심인 마이크로 유체칩은 손톱만한 칩 위에 여러 개의 관이 얹혀진 형태다.


관을 통해 액체 상태인 극세사가 될 물질과 이 물질을 고체화 시키는 물질을 함께 흘려 보내는 식으로 극세사를 만든다. 거미가 윤활작용을 하는 액체를 분비해 거미줄을 뽑아내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관련기사



각 관에 설치된 마이크로 밸브들을 조절하면 다양한 물질들이나 모양의 극세사도 짜낼 수 있다.

◇세포 원하는 모양대로 배양 "인공장기 생산 앞당겨"=이교수팀의 극세사 제작 기술 활용 분야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인공장기 생산 등 생명과학 분야의 이용가치가 높다.

해초에서 뽑아낸 일종의 젤 형태의 물질로 인체에 해가 없는 '알지네이트'를 극세사 재료로 사용할 경우, 내부에 있는 세포가 밖에 있는 것 보다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교수팀은 실제로 극세사 내에 쥐의 간세포와 섬유세포를 함께 배양하면 간세포의 생존율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또 근육 등 인체 조직들은 모두 세포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 돼 있는데 배양 접시에서 키운 것은 배열 없이 자라나기 때문에 인공장기 활용에 적합하지 않은 반면 극세사를 이용하면 원하는 방향이나 모양으로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발전시키면 인공조직이나 장기 구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교수는 "홈 무늬가 있는 극세사를 이용하면 신경세포를 일렬로 배열하여 키울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적당한 위치에 배치할 수도 있다"며 "세포배양 조건의 최적화를 통해 신경다발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교수팀은 기존에 극세사를 따라 선형으로 세포를 키우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현재는 면형으로 세포를 키우는 것까지 성공했다.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부피감이 있는 3차원 형태로 발전이 기대된다.

또 세포나 약물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에도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하면 몸 속에서 바로 확산돼 약 효과가 지속되지 않지만, 알지네이트를 사용해 약을 몸 속에 주입하면 알지네이트가 녹는 속도에 맞춰 약효를 유지할 수 있다.

이교수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최근 연구성과를 발전시켜 인공간과 같은 바이오 인공장기와 당뇨환자의 혈당유지를 위한 약물전달 분야에 응용해, 인류의 건강과 질병 치료에 기여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