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서영교의 세상읽기] 사라지는 범죄 추징금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부가 내년 지출예산안을 올해보다 5%대 늘려 잡아 373조~374조원대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 교육, 일자리,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등 돈 쓸 곳은 무수히 많은데 세수는 잘 걷히지 않아 적자재정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세수 상황은 크게 펑크가 났던 지난해보다 좀 더 좋지 않은데 상반기 세수 진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포인트나 낮다고 한다. 국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도 합치면 2,0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최근 정부가 민감한 이슈인 담뱃세를 인상하고 주민세와 레저세 등 지방세를 인상하려고 하는 것도 적자 살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먹기 좋은게 곳감’이라고 증세부터는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야당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부자감세를 철회하기 전에 서민을 대상으로 증세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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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대목에서 정부는 범죄 수익금 추징 미환수액이 2만5,211건 25조5,423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에서 벗어나 추징금부터 확실히 제대로 걷어 나라곳간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외 5인 등 대우그룹 관련 추징금이 22조9,469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최순영 신동아 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 김 모씨가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재산국외도피)으로 1,962억원, 정모씨가 특가법상 관세법 위반으로 1,280억원, 반란수괴죄로 처벌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40억원, 김모씨가 농·축협 불법대출 및 재산국외도피 등 특가법 위반으로 965억원, 다단계 사기를 친 박모씨가 875억원 등이다. 이들은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무부로부터 ‘연도별 추징금 결손처리 내역’을 받아 보니 최근 5년간 9,611건 3,429억 8,700만원의 범죄 추징금이 환수되지 못한 채 결손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평균적으로 700억원가량의 어마어마한 추징금이 시효만료 등으로 걷히지 않아 허공에 사라진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0년 2,804건 773억6,700만원, 2011년 2,147건 377억7,500만원, 2012년 1,665건 1,344억7,800만원, 2013년 1,828건 541억4,300만원이었고 올해는 지난 7월까지 1,167건 391억원이 결손처리됐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월 ‘전두환 추징금’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정부는 법원에 재산개시명령을 요청하면 시효 연장이 가능했지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보다못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법안 개정을 통해 추징금 공소시효를 3년에서 10년으로 늘린 바 있다. 범죄수익금이 사실상 ‘탕감’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환수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이 10년 가까이 ‘버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추징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대기업·기득권 봐주기’를 하고 있거나 법무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추징금 미납과 같은 범법행위 근절을 위해 타인 명의로 은닉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소위 유병언법으로 불리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서울 중랑갑·국회 법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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