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생산성 1등의 원년으로 삼아 세계시장에서 자기자본투자(PI)의 선두주자인 골드만삭스처럼 투하자본 대비 성과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유상호 사장은 “각 사업 부문별로 글로벌 1위 업체들을 벤치마크로 삼아 한국증권을 국내에서 확고부동한 1위 자리에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 사장은 “기업금융과 PI의 모델은 골드만삭스로 삼고 있으며 인수합병(M&A) 등 자문업무와 각종 발행업무는 모건스탠리를, 부동산금융 부문은 맥쿼리를 각각 벤치마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사업 부문 가운데 일단 부동산금융 연계사업은 한국증권이 국내 1위라고 자부했다. 한국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사회간접투자(SOC) 펀드를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기업공개(IPO) 업무에 대해서도 “전통적으로 옛 동원증권 시절부터 업계에서 최고 강자였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국증권은 최근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1ㆍ4분기 한국 자본시장 주관사 순위에서 IPO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동안 이트레이드증권 등 4건의 상장 주관사를 맡았으며 상장을 추진 중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ㆍ삼성카드의 상장 주관업무도 맡고 있다. 옛 한국투자신탁과의 합병으로 자산관리 영업 및 수익증권 판매 부문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PI 업무도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신한금융지주의 LG카드 인수 등에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ㆍFI)로 참여하는 등 지난해 PI 부문에 총 1조원을 투자해 연평균 수익률 20%를 올렸다. 올해에도 1조원 이상을 PI에 투자할 계획이다. 아시아를 축으로 유럽까지 이어지는 ‘금융실크로드’ 개척 사업도 올해는 한층 더 가시화할 전망이다. 유 사장은 “베트남 다음으로 인도네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석유ㆍ고무ㆍ목재ㆍ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제2의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모든 투자대상과 관련된 업무를 A부터 Z까지 다 할 계획인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ㆍ카자흐스탄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은 경쟁력 있는 특정 분야만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머징 유럽 지역 역시 유망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고 아직 공부가 덜 됐기 때문에 상품을 내놓기에는 이르다고 그는 털어놨다. 장외파생업무나 국내 법인영업의 경우 1위는 아니지만 선두 그룹 내에서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고 유 사장은 분석했다. 다만 리테일 브로커리지 부문은 미진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사업연도(2006년4월~2007년3월)에 세전 순이익이 2,320억원에 그친 이유도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이 전년에 비해 17% 감소했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 부문은 증시 상황과의 연관성이 높은데 지난해 주식시장이 별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많은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업무 강화를 외치며 브로커리지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지만 유 사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브로커리지는 증권사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기 때문에 등한시할 수 없다”면서 “IB 등 다른 사업 부문이 성장하면서 브로커리지가 한국증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었지만 더 이상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국회 통과가 기대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도 다양한 해외상품 판매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들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자통법이 통과되면 금융회사의 업무영역이 확대되면서 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장외파생상품 개발 및 트레이딩 능력을 확보하고 개별 투자자에 적합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한국증권의 장기 목표는 오는 2020년까지 고객 자산규모와 순이익을 각각 200조원과 2조원까지 늘리고 시가총액 20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20%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른 시일 내에 고객자산 100조원, 순이익 1조원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88년 한국 최고의 증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 만에 국내 대형증권사의 CEO 자리에 오른 유 사장은 “증권사 CEO가 된다는 목표는 이뤘지만 몸담고 있는 회사를 국내 최고는 물론 아시아 선두권에 올리는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운 뒤 다시 이를 세부적으로 쪼개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에 도달해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했습니다. 한국증권도 이런 궤적을 그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中庸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 경영 철학과 스타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경영철학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소박하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나와 일하는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 말을 곱씹어보면 다른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유 사장은 이를 위해 '중용(中庸)'이라는 말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항상 '중용'의 틀에서 이뤄진다면 모두 다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국증권 직원 2,350여명이 모두 다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성과와 보상'이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그 성과에 따른 차별화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결국은 직원을, 또 조직을 행복하게 할 것이란다. 또 '펀(FUN) 경영'을 통해 직장 내 활기를 더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각 부서 및 본부에서 단합대회나 세미나를 가질 경우 회사차원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FUN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의 근간은 '인재'라는 생각도 확고하다. 다양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 스스로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적절한 평가시스템 도입을 통해 인재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