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지난 7월 이란과 베트남에서 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핵심 발전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잇달아 수주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초 알제리에서 단일 플랜트로는 국내 업계 최대 규모인 26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대림산업·SK건설은 28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플랜트 발주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도 국내 업계는 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탁월한 경쟁력을 과시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플랜트 수주규모는 125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연간 실적으로는 지난해에 근접한 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플랜트산업 수출 국가대표로 급성장=두산중공업ㆍ삼성엔지니어링ㆍGS건설ㆍSK건설 등 국내 플랜트업계는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수출 국가대표'로 부상했다. 지난해 플랜트를 포함한 해외건설 실적은 총 476억달러로 조선(410억달러), 자동차(350억달러), 반도체(328억달러) 등의 수출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미 국내 업체들이 세계 선두권을 차지한 조선이나 반도체와 달리 국내 플랜트업계가 도전할 시장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연간 약 9,090억달러(약 1,112조원)로 조선업(1,000억달러)보다 9배나 큰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플랜트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한국의 세계 플랜트시장 점유율은 2.5%로 9위권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5.4%로 7위권에 올랐다. 정부도 최근 플랜트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기간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 플랜트수주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전반적인 지원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동남아ㆍ남미ㆍ중동 등 주요 전략지역에 합동수주사절단을 10여차례 파견하기로 했다. 또 일정 기준을 넘는 우수 중소기자재업체에는 수출보험 지원한도를 최대 2배까지 늘려주고 보험료를 50%까지 깎아줄 방침이다. 황해진 두산중공업 중동지역장 상무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발주처에 회사 소개서를 들고 다니며 한국에 있는 중공업이라고 소개하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다"며 "최근에는 국내 플랜트업계가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에너지로 차세대 발전시장 공략=국내 플랜트업계는 기존 주력 분야인 정유ㆍ화학플랜트 분야를 넘어 차세대 발전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발전 부문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발전시장 개척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은 두산중공업. 이 회사는 7월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을 통해 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는 순산소 연소기술을 개발했으며 캐나다 에너지 기술 엔지니어링 회사인 HTC사의 지분을 확보해 연소 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에 대한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저탄소 발전기술이 적용될 발전소 시장규모는 포스트 교토 기간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50조~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에도 뛰어들었다. 아시아 최초로 3㎿급 해상풍력시스템인 WinDS 3000TM 개발을 마쳤으며 다음달에 제주도에서 실증시험을 위한 프로토 타입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중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히는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300kW급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파이낸싱 시스템 구축과 인재육성 절실=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플랜트산업이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활한 플랜트 제작을 위한 자금조달 시스템 구축과 수주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육성이 그것. 플랜트 건설에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은행권 등으로부터 제작금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제작금융 지원규모가 점차 대형화돼가고 있는 플랜트 발주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기업이 분명히 수주할 수 있는 플랜트임에도 불구하고 제작금융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무척 안타깝다"고 전했다.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플랜트 전문인력 양성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사실 국내 플랜트업계의 인력규모는 세계적인 플랜트 기업들과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세계 톱 랭커인 테크니프(2만3,000명), 사이펨(3만8,000명), JGC(9,000명) 등의 임직원 수에 비하면 국내 기업들의 인력은 2,000~4,000명 수준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업종을 결합해 플랜트라는 상품을 만드는 특성상 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인력을 확보해 동시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재 국내 플랜트업계의 인적자원은 성장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정부ㆍ학계ㆍ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재개발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