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이 올들어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무기사찰이라는 두가지 지정학적 문제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10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긴급뉴스로 타전하면서 한국을 비롯, 아시아 증권시장이 한때 수직강하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는 듯하더니 또다시 긴급한 긴장요인이 발생하면서 아시아 시장은 전날 뉴욕증시의 상승세에 따른 동반상승 효과도 잠시, 불확실성의 위험에 긴장했다. 실제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북한의 NPT 탈퇴선언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1.4%까지 떨어졌다가 막판에 낙폭을 줄였다. 또한 엔화 가치도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가 북미간 대화의 방식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는 많은 시장 관측통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으며 현 단계에서 핵 활동은 전력생산을 비롯한 평화목적에 국한한다”고 한 대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한성렬 UN 주재 차석대사가 미국의 UN대사를 지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협상을 벌이기에 앞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한 불가침 보장을 시사한 발언도 북한을 벼랑으로 몰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뉴욕증시는 9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명확한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한스 블릭스 UN 무기사찰단장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뉴욕 채권시장과 국제 석유시장은 “이라크의 보고서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말에 주목, 전쟁 가능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채 움직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북한의 문제는 대화의 국면으로 방향을 돌리고 이라크 문제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시시각각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변수에 춤을 추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 호전되는 미국 경제지표 등이 뉴욕 증시의 `1월효과(January effect)`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지만 새해 벽두부터 닥쳐온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해 돈을 가진 자들이 위험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블릭스 단장이 “이라크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초 예상했던 하루 200만배럴보다 적은 150만배럴의 감산을 추진한다는 뉴스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다시 31달러대로 올라섰다.
뉴욕증시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는 한 공격할 명분이 없으며 유럽국가들로부터 공격시점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올 1ㆍ4분기 내 공격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무기사찰단의 최종보고서 시한이 오는 27일로 예정돼 있어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