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륙시장 외면은 말되 접근은 신중히

■ 중국진출 부메랑 우려줄건 주고 반대급부 챙기는 윈-윈전략 필요 >>관련기사 "미래의 '황금시장', '세계적 제조공장'으로 불릴 만큼 엄청나게 큰 중국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부메랑 현상도 걱정스럽다." 중국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의 이야기다. 속도조절을 하자니 시장확보가 어렵고 공격적으로 덤벼들자니 되돌아올 잠재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업체들의 중국진출에 대한 고민과 명암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기업의 첨단사업 이전과 현지화 전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지만수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중국은 현재 세계경제의 유일한 성장 엔진으로 이를 외면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 만큼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기 보다 중국에 줄 건 주면서 내수 시장 허용 등 반대급부를 챙기는 윈윈(win-win)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중국으로 달려간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이미 국내기업은 고부가 설비 및 연구개발(R&D) 등 본사 핵심기능의 중국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영계획도 독자적으로 수립하는 곳이 늘고 있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는 14개 생산 라인과 6개 판매법인을 총괄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 10억 달러의 자금을 자체마련, 현지 생산기지를 CDMA 시스템 및 단말기, PDT TV(일명 벽걸이TV) 등 첨단 디지털 제품 위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톈진 공장에 벽걸이 TV 생산라인과 R&D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삼성은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위해 총괄본부 대표제를 올 연말까지 도입하기로 하는 등 본사 중요 기능을 중국에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도 진출 업종의 무게 중심을 기존의 화학ㆍ철강ㆍ에너지에서 정보통신과 e-비즈니스 등 첨단산업으로 옮기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하이(上海) 생명과학원ㆍ베이징(北京) 커싱(科興) 기업과 공동으로 바이오 사업도 추진 중이다. 포항제철 역시 열연 강판 등 일반 제품은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보고 2003년까지 스테인리스ㆍ컬러강판 등의 설비 증설에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유진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한국이 일본에 그러했듯이 중국도 한국의 핵심기술을 이전 받으려 할 것"이라며 "문제는 중국은 한국이 아니라도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을 만큼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 부메랑이 날아온다 삼성ㆍLG 등 대기업들은 미국ㆍEU 등의 무역장벽에 대응, 권역별 생산기지 및 판매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산업 차원에선 '부메랑 효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중국 진출 러시가 현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해외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몰 것이란 얘기다. 극단적으로는 국내기업의 중국공장에서 만든 제품과 국내에서 만든 제품이 해외에서 경합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앞으로 5년 후면 중국은 철강ㆍ조선ㆍ정보통신(IT) 등 한국의 주력 부문에서 경쟁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KOTIS)에 따르면 중국의 섬유류 수출 비중은 지난 95년 24.1%에서 21.2%로 낮아진 반면 전기ㆍ전자는 12.8%에서 16.9%로, 기계 및 정밀기기는 8.9%에서 13.2%로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이 복합불황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자 등 주력 제조업이 10여년 전부터 설비를 동남아 등지로 옮기면서 정보통신ㆍ서비스 등 미래사업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제품 차별화ㆍ산업구조 고도화로 부메랑 피해야 국내 기업들은 가격과 품질ㆍ브랜드 등에서 한ㆍ중간 제품 차별화로 이 같은 문제점을 줄이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국내 대전ㆍ금산 공장에선 '한국(Hankook)' 브랜드로 고부가 제품을, 중국은 '킹스타(Kingstar)' 브랜드로 중저가 범용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창복 전략기획팀장은 "해외 일부 바이어들의 경우 국산 가격이 오를 경우 중국산으로 주문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으나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자동차도 현재 현지합작사와 함께 기존의 '그레이스'와 '프라이드'에 이어 소형차 '리오'와 중형버스 생산을 추진 중이나 아직 조립ㆍ생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수출시장에서 경쟁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중국 톈진 공장에서 벽걸이TV 조립ㆍ생산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나 핵심 부품인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이나 핵심기술은 이전 대상에 완전히 빠져 있다. 김정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설계ㆍ디자인ㆍ신제품 개발 등 비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금융ㆍ서비스 등 지식집약산업 중심으로 국내 경제를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엔 제조 기능을 아웃소싱하고 본사는 소니나 나이키처럼 R&D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케팅 컴퍼니로 육성하는 등 국가별 분업체계만이 살길"이라고 밝혔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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