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각] 눈 가리고 아웅하는 휴대폰 요금

우승호 정보산업부 차장

눈 가리고 아웅하는 휴대폰 요금

프랑스의 땅덩어리는 우리보다 6배 이상 넓다. 경제규모나 국민소득도 2배 이상 많다. 물가는 평균 50% 가량 비싸다. 전기 값은 2배, 수도물 값은 5배나 높다.


프랑스의 넓은 땅과 높은 소득수준, 고물가 등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요금도 당연히 2배는 비싸야 할 듯하다. 그러나 지난해 OECD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프랑스의 가계별 월평균 이동통신 요금은 34.3달러로 한국의 115.5달러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우리는 매년 통신요금이 올라간다. 이동통신사들은 3G에서 4G, 4G에서 LTE, LTE에서 LTE-A로 속도를 높이면서 요금을 올린다. 때문에 가계의 소비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7.5%로 식료품비의 3분의1, 교육비의 2분의1 수준까지 높아졌다.

반면 프랑스는 3G에서 4G로 통신속도가 빨라졌는데도 통신비는 내려가는 중이다. ‘프리 모바일’이라는 신생 이통사가 요금을 끌어내렸다. 2012년 1월 포화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첫 해에 520만명(시장점유율 8%), 그 다음해에 804만명(12%)을 모았다.


프랑스 고객들이 프리 모바일로 대거 옮겨간 이유는 ‘정직하고 단순한 요금제’ 때문이다. 프리 모바일의 요금제는 딱 2가지다. 하나는 매달 2유로(약 2,800원)를 내고 음성통화 2시간, 무제한 문자, 데이터 50MB를 쓰는 요금제다. 다른 하나는 19.99유로(2만8,000원)를 내고 전화ㆍ문자 무제한, 데이터 3GB를 쓰는 것이다. 3G든 4G든 요금은 같다. 프리 모바일 돌풍에 1위 통신사인 오렌지 등 다른 곳도 잇따라 요금종류를 줄이고 요금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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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모바일은 초저가 상품을 팔면서도 수익을 낸다. 요금제가 단순해 상품팀도, 마케팅팀도, 대리점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비용을 대폭 줄였다. 고객도 편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심(SIM)카드를 받아 휴대폰에 끼면 끝난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요금제는 복잡하고 많다. 현재 가입이 가능한 요금제는 SK텔레콤 202개, KT 146개, LG유플러스 112개 등 총 460개나 된다. 복잡한 요금제로 최적의 상품을 제공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객들은 돈은 다 내면서 음성통화의 25%, 데이터 35%, 문자 59%는 쓰지도 못하고 버린다. 이통사들은 복잡한 상품을 위해 방대한 상품팀과 마케팅팀, 그리고 2만 개가 넘는 판매점을 끌고 가면서 모든 비용을 통신요금에 전가 시킨다.

가입자들은 통신비에 대한 불만이 많다. 참여연대는 2011년 “통신비가 비싼 이유를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이 자료 공개결정을 내렸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가 “불법 보조금 때문에 통신요금이 부당하게 올라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통사들이 영업정지까지 불사하며 뿌려댄 보조금도 결국은 가입자가 낸 요금에서 나온 것인 만큼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매년 7조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쓰고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요금인하에 대해선 귀를 막고 통신요금 원가공개는 거부한다. 그러나 프리 모바일은 통신요금 원가가 얼마인지 보여줬다. 미래부와 이통사가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우승호 정보산업부 차장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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