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부동산도 거품 빠지나

"소비위축ㆍ은행부실 불러 본격 침체" 우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질 것인가. 뉴욕 증시의 나스닥 버블이 꺼진후 1년이 지나도록 미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 제2의 거품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미국 전역의 집값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거품 붕괴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스닥 버블 붕괴는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지난 1년동안 미국의 성장 둔화를 가져왔다. 이에 비해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경우 미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소비가 위축되고, 은행 부실이 커짐으로써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Recession)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부동산중개협회(NAR)는 27일 지난 7월 전국 평균 집값은 가구당 15만800달러로, 전월대비 0.9%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 주택 매매건수가 7월에 517만 건(연율 환산)으로 전월대비 3% 떨어졌다. 협회측은 실업자가 늘어나고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이 다소 위축됐지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NAR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 주택 가격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 125개 도시를 기준으로 지난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4.6% 오른데 이어 2분기에 6.4% 상승했다. 34개 대도시를 기준으롤 할 때 집값은 지난 1분기에 10% 이상 폭등했다. 경제평론가 로버트 실러씨는 "과거 기술주에 대한 과열 투자가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졌다"고 지적했다. 실러는 나스닥 거품 붕괴 1년전에 이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그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5년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증시 과열을 우려하며 사용했던 바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올들어 주식시장이 침체하자, 미국인들이 안전한 투자처로 주택시장을 선택했고, FRB의 금리 인하로 모기지론의 이자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달들어 30년만기 모기자 이자율은 7%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사이클과 부동산 시장 움직임 사이에 일정한 시간 차이가 있고, 저성장이 지속되는한 부동산 과열이 지속될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량의 실업자를 쏟아내면서 '직업이 없으면, 집도 없다'는 부동산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고, 집값의 거품이 가라앉게 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최근호 사설에서 집값 거품이 붕괴될 경우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에 빠지고, 은행 부실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인들이 증시 침체로 부의 일부가 위축되었지만, 아직 소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값마저 떨어질 경우 부동산에 의지했던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 가정이 은행 대출금으로 집을 사고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은 가계 부담을 늘리고, 심각할 경우 개인 파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FRB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지난 5년동안 주택 금융을 40% 이상 늘렸고, 현재 그 규모가 5조2,8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주택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10년전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천개의 소형은행이 부실의 늪에 빠져 정부가 2,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던 일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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