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5개, 보기1개로 공동6위 올라…선두 몰리나리와 3타차.
타이거 우즈(미국)는 프로 골퍼 가운데 가장 표정이 풍부한 선수로 손꼽힌다. 샷이 안 풀릴 때는 고함을 치는 등 화를 주체하지 못 하고 멋진 샷을 성공하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우즈는 지난해 11월 ‘섹스 스캔들’로 골프 인생의 내리막길을 걸으며 필드에서 웃음을 잃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사상 최악의 스코어(18오버파)를 적어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위기에 놓였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모처럼 포효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우즈는 4일 중국 상하이 시샨인터내셔널GC(파72ㆍ7,199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HSBC챔피언스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공동6위(4언더파)에 자리했다. 오후4시 현재 16개홀을 마친 가운데 단독 선두에 오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는 3타차.
5년간 지켜온 세계1위의 자리를 리 웨스트우드(영국)에게 내주며 부담감을 덜어낸 덕분인지 우즈의 샷은 한결 매끄러워졌다. 코스 좌우를 오가며 불안하기 짝이 없던 티샷은 페어웨이를 잘 지켜냈고 짧은 퍼트 실수도 없었다.
우즈는 전반 버디와 보기를 맞바꾸며 스코어를 못 줄였으나 후반 들어 힘을 발휘했다. 2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뒤 가볍게 버디를 낚아냈고 이어 3번(파4)과 4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7번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이며 첫 날을 순조롭게 마쳤다. 우즈가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웨스트우드를 밀어내고 1주일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할 수 있다.
웨스트우드는 이날 ‘골프 황제’의 필수 요건은 위기 대처능력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웨스트우드는 2번홀(파5)에서 볼을 그린 옆 해저드에 빠뜨렸지만 2m 파 퍼트를 성공했고 7번홀(파4)에서 볼을 벙커에 빠뜨리며 보기를 범하자 8번홀(파5)에서 곧바로 버디를 낚으며 스코어를 지켜냈다. 웨스트우드는 버디 7개, 보기 1개로 2위(6언더파)에 자리했다.
‘한국 골프의 차세대 기대주’ 노승열(19ㆍ타이틀리스트)도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노승열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아 유타 이케다(일본),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함께 공동3위(5언더파)에 자리해 아시안투어 상금왕 굳히기에 돌입했다.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미켈슨과 세계1위 리 웨스트우드랑 같이 칩니다. 후덜덜”이라고 익살스러운 글을 남겼던 양용은(38)도 지난 2006년에 이어 다시 한번 이 대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양용은은 이날 8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만에 홀에 집어넣은 이글 1개를 포함 버디4개, 보기3개로 3타를 줄여 필 미켈슨(미국) 등과 함께 공동9위(3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