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벨상 제정 100년

최고권위로 세계평화·번영 기여 ■ 발자취와 과제 각계 인사 수천명 동원 엄격한 선정 신뢰 >>관련기사 인권 운동 비중 테러로 더 관심 역대수상 46명중 美서 30명 배출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나의 재산을 헌납한다" 자신이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 사용되는 것을 목격한 스웨덴의 거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만들어진 노벨상이 올해로 제정 100주년을 맞이했다. 특히 최근 미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 여파로 전운이 감돌면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 받는 평화상을 비롯한 노벨상의 시대적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벨상은 지난 1901년 제정돼 지금까지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 부분의 수상자를 선정해왔으며, 경제학상은 1969년 처음으로 제정됐다. ◆ 노벨상, 세계 최고의 상 노벨상은 수많은 사람이 받고 싶어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란 점에 큰 이견이 없다. 또한 노벨상 자체가 지닌 높은 권위 때문에 선정 자체가 관련 학문의 향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벨상의 이 같은 권위는 지난 100년간 한결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 수상자를 뽑아 왔던 선정과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노벨상 선정 위원회는 해당년도 이전 해 가을, 분야별 약 1,000명씩 총 6,000여명에게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안내장을 보낸다. 이를 통해 다음해 1월 31일까지 부문별로 100~250여명의 후보를 선정하고 2월부터 선정위원회는 수천명의 각계 인사를 동원, 엄격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최종 선정하는 과정을 100년간 이어오고 있다. ◆ 우여곡절도 많아 노벨상은 100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2차대전중인 1940년부터 1942년까지는 수상자 선정작업이 중단되면서 그 명맥이 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었다. 또 적당한 후보가 없어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도 서른 한차례나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받고 싶어하는 노벨상을 수상자가 거부, 선정위원회를 당혹스럽게 만든 사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 장 폴 샤르트르. 그는 지난 6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자신의 라이벌인 알베르토 카뮤보다 늦게 선정됐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카뮤는 이에 앞서 57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또 73년 베트남 평화협정을 성사시킨 헨리 키신저와 함께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던 북베트남의 르둑토 대표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러시아의 문학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58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구소련의 방해로 사망할 때까지 상을 받지 못해 거부자 명단에 올랐다. ◆ 노벨상, 국제정치경제의 바로미터 노벨상의 100년 역사를 통해 국제정치경제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미국이 총 수상자 중 252명을 차지, 91명인 2위 영국을 큰 차이로 따돌리면서 노벨상 수상에서도 세계 최강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5년 이후 평화상과 문학상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분야에서 미국의 수상자 수는 급증,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또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수상자중 11%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전세계 인구의 20%를 점유한 이슬람권은 고작 0.1%를 차지하고 있는 점 역시 관련 문화권간의 대비를 나타나며 이슬람과 범 기독교간 갈등의 보이지 않는 요소가 되고 있다. 즉 상당수 이슬람 교도들은 이 점을 들어 노벨상이 서구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34%인 개신교의 경우 수상자 중 64%를 차지해 가장 많다. ◆ 제기되는 문제점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수상 분야의 협소함이다. 기초 과학인 수학 분야가 빠진 것은 물론 물리학과 화학 분야가 중시되면서 지구과학과 천문학 등이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 수상에 있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100년전과 과학의 영역에 큰 변화가 있는 만큼 수상분야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이미 사망한 사람은 수상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규정도 노벨상이 최고의 과학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원자번호를 원자핵의 전하량에 따라 재규정한 영국의 과학자 헨리 모즐리의 경우다. 그는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제1차 세계대전 중 터키 전선에 참전하다 전사하는 통에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최고의 과학자에게 수여한다는 원칙에 입각, 사망한 사람에게는 수여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게끔 만드는 대표적 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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