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한국 덮친다' 무서운 경고
애그플레이션 공포 연말 국내 덮친다밀가루 27% 급등 전망2008년 보다 더 심각… 최악의 곡물파동 우려
서민우기자 inghagi@sed.co.kr
곡물가격 폭등이 일반 가공물가로 전이돼 동반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이 올해 말께 국내에 상륙할 조짐이다.
15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ㆍ러시아 등의 기상이변으로 촉발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하반기 국내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수입곡물의 가격 변동은 국내 물가에 보통 4~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 가격이 올해 2ㆍ4분기보다 각각 27.5%, 13.9%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 가격 상승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장면ㆍ빵ㆍ국수ㆍ맥주 등 식탁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곡물이기 때문이다. 사료가격 역시 축산농가의 생산비용을 높여 쇠고기ㆍ돼지고기 등 육류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2000년대 들어 국제적 애그플레이션은 2007~2008년, 2010~2011년 두 번 발생했다. 2007~2008년에는 ▦투기자금 유입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옥수수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 생산증대 등이 곡물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곡물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2010~2011년에는 러시아의 가뭄 등으로 세계 곡물 공급량이 3,100만톤가량 부족했다.
앞서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애그플레이션이 앞선 두 차례 파동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내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4,000만톤의 곡물생산 부족이 우려된다"며 "사상 최악의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이 풀어놓은 돈(유동성)이 곡물시장에 급격히 유입되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옥수수와 콩(대두) 가격은 부셸(25.4㎏)당 각각 8달러, 16달러를 넘겨 2007~2008년 식량위기 당시의 가격(7달러, 15달러)을 뛰어넘었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2010년 기준 26.7%에 불과해 국제 곡물가격에 민감한 대표적 국가다. 쌀(104.6%)을 제외한 밀(0.8%), 옥수수(0.8%), 콩(8.7%) 등을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정부는 곡물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면 밀과 콩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공공비축 대상 작물을 쌀에서 밀ㆍ콩ㆍ옥수수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