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건축문화 해」조직위원회는 올해를 한국의 후진적 건축문화인식 상황 개선에 대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이같은 현실개선을 위한 각오가 담긴 「건축문화의해 선언문」을 선포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선언문에는 건축의 개념, 건축가의 역할, 위상 정립, 건축분야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입지, 향후 건축계의 발전방향 등을 정리하고 올해 사업추진에 대한 결의를 담고 있다. 선언문을 요약한다.인간의 삶은 존엄하다. 그 존엄한 삶을 담는 건축 또한 존엄하다. 건축은 모든 문화행위의 바탕이 되는 동시에 그 시대를 총체적으로 표상하는 문화자산이다.
건축가는 예술적 능력과 고유한 철학을 가지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활용해 보다 나은 사회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전문인이다. 또한 그 시대, 그 지역의 역사·경제·사회·문화를 건축으로 창조하는 실천이며, 인류공동의 사명인 환경보전의 전면에 서는 시대의 증인이다.
지난 30여년 한국 건축은 경제발전을 선도한 주역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개발과 신장의 뒷면에는 전통적 가치가 심하게 왜곡된 질곡의 역사가 있었다.
환경윤리가 무시된 채 급속히 진행된 근대화 운동기에는 경제제일주의, 개발우선의 논리, 그리고 이에 편승한 이기주의에 의해 건축과 도시는 비인간화됐다. 이로인해 국토의 자연환경은 무모하게 파괴되어 후손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위기에 처해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천년의 첫 세기가 열리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 근대산업사회의 종언과 정보문화 사회의 시작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경제성장만이 삶의 질의 향상이 아님을 깊이 반성하고, 인간환경의 본원적 가치를 새로이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감으로 오늘의 위기를 의식전환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
이제 건축은 모든 시민이 함께 만들고 누리는 문화의 대상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선조들의 위대한 건축문화유산, 개발된 과학기술, 축적된 경제력, 확고한 정체성에 근거한 철학 등의 기반위에 이 시대 우리의 건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우리모두 힘을 모으고자 한다.
1999년은 한국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건축분야를 국민문화의 한 분야로 공식 선언한 해다. 문화가 일상을 채우는 새로운 세기, 지혜의 시대를 여는 새출발에 우리 모두 함께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