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6일 윤성식 감사원장 인준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정국은 상당기간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호소했음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부결에 가세함으로써 이미 냉각 상태인 청와대와 이들 정당간 관계는 그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이어 신4당체제 출범 후 첫 인준안도 국회 통과에 실패함으로써 앞으로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어 국정운영의 방향과 틀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여부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 정국운영 험로 예고=이날 표결에 참여한 의원 229명 가운데 찬성은 87표다. 통합신당 43명과 개혁국민정당 의원 2명에 한나라당 의원 149명 중 일부가 찬성에 가세했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 의원 63명 중에서 무더기로 반대표가 나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찬ㆍ반 분포는 앞으로 새해 예산안 심의와 이라크전 파병문제, 위도 핵폐기장 문제 등 주요 국정현안 처리과정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총선까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정신적 여당`인 통합신당이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표결에 임했음에도 불구,부결을 막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노 대통령의 빈약한 지지기반을 실감하게 했다. 통합신당 김근태 대표는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은 부적절하지 않았다”며 “국정에 임하면서 감정을 섞는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고 민주당에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한나라-민주 여론 역풍 가능성에 촉각=윤 감사원장 후보가 자질 논란은 있었지만 비리혐의 등 확실한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임명동의안 부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투표전 공식적으론 `중립` 입장을 강조하며 자유투표를 하도록 하고 대신 일반 의원들이 반대론을 강하게 주장한 것도 부결시 `거대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 역시 지도부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자유투표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결 직후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우리 당은 소속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겼기 때문에 의원 각자가 소신에 따라 투표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감사원장 직무수행에 적합한 역량 있는 인물을 추천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도 “순수하게 윤 후보자의 자질만 가지고 표결에 임했을 뿐, 정치적 고려는 개입되지 않았다”고 여론의 역풍을 경계했다.
<안의식기자, 임동석기자 mirac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