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8일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당직자들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현 정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 대한 당의 책임을 물은 인책성 경질이다.그동안 여권안에서는 金대행 체제 당직자들이 한겨레 50억원설 고발과 김태정 전법무방관 사임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었으며 무엇보다도 특별검사제 도입문제를 놓고 야당에 끌려다니면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金대행은 이와관련, 『지금 여야관계가 특검제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졌고 미국순방을 마친 金대통령이 시국수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인 만큼 대통령의 시국수습을 편안케 하는게 도리라는 판단에 따라 당8역이 사퇴키로 했다』며 『지난달 25일 김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을 당시 당 지도부가 사퇴를 했어야 옳았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말해 인책성 경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한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金대행의 사표가 반려된 점이다.
金대통령은 金대행 사표를 반려한 것은 그동안 특검제를 둘러싼 여여 갈등과 관련해 金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대행 후임자가 선정이 쉽지않아 일단 유임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이에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金대통령의 이번 당직개편 계획이 김종필 총리와 자민련은 물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을 모두 겨냥한 포석이며, 앞으로 정국운영과 관련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즉 金대통령은 조만간 등장할 새로운 金대행체제를 중심으로 전당대회까지 한시적으로 정국을 돌파, 당을 이끌어 갈 「긴급진화용 부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관련,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의 사임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여권내에서는 金실장의 「동반퇴진」과 「유임」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金실장의 사임여부에 따라 金대통령이 청남대에서 구상할 정국돌파 방안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金실장이 동반퇴진한다면 金대통령의 정국돌파 구상은 내각제와 선거법등 제반 현안을 일괄 처리하고 전당대회를 조기 개최하는 고강도 돌파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金실장이 유임된다면 이는 내각제와 정치개혁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후인 8월 또는 9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소극적인 응급처치용 보완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않다.
한편 후임 사무총장으로는 한화갑 총재 특보단장과 김옥두 지방자치위원장이, 선출직인 총무에는 김원길 전정책위의장과 이 협 문화관광위원장이, 정책위의장에는 장재식 이해찬 의원이 거론되고있다. /장덕수 기자DSJ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