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투기자본 규제 국제규범에 맞게

외국의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이 투기자본규제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매우 아끼는 한국은행까지 투기자본규제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투기자본의 폐해가 크다는 의미다. 외환위기 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은 국내 금융 및 산업을 회생시키고 저금리기조의 계기를 만드는 등 경제회생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투기성자금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을 챙기기 위해 터무니없이 많은 배당을 요구하는가 하면 경영권에 지나치게 간섭함으로써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를 인수한 자본 역시 기업금융보다는 개인소매금융에 치중해 금융의 산업지원이라는 기능을 외면, 국내제조업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한은의 지적처럼 외국인투기자본에 대한 국내제도나 법규는 국제적인 수준에 견줘 미흡하다. 따라서 외환위기 후 대거 풀었던 외국자본에 대한 견제장치를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안보에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외국인투자내역을 조사하고 투자철회를 명령하는 미국이나, 투기적인 외국자본과 결탁해 적대적인 M&A(기업인수합병)에 나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법률을 고친 일본의 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투기자본규제가 자칫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나 규제로 비쳐져서는 곤란하다. 투기자본규제가 한국정부가 외국인투자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줄 경우 건전한 외국자본의 유입까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 외화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는 하지만 외국인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자본유출을 초래해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외화유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등 경제 전반에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제규범에 맞게 처리하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