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증권업을 위한 변명

권성철 한투사장

[로터리] 증권업을 위한 변명 권성철 한투사장 권성철 한투사장 증권쟁이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흥정을 붙이는 것은 여느 장사와 다를 바 없지만 그 대상이 볼펜ㆍ자동차같이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쏘나타 한 대를 파는 것과 그것을 생산하는 현대차 주식을 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장사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꾼으로 자처한다. 새 모델을 기다리는 사람이 국내에서만도 수만 명이며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를 타던 사람들조차 쏘나타로 바꾸게 될 것이라는 둥 현대차 직원이 들어도 감탄할 찬사를 늘어놓는다. 투자자는 또 어떤가. 브로커의 말보다 더 빨리, 더 높이 상상의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이면 만족하겠다던 생각이 어느새 대박의 꿈으로 바뀌고 나면 아무리 자세히 위험에 대해 설명해도 귀에 들어올 리 없다. 한쪽의 과장이 있을 수 있고 양쪽의 기대가 어긋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이 될 수 있다. 유가가 올랐다느니, 미국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누가 당선됐다느니, 듣기에 따라서는 참으로 황당한 이유 때문에 주가는 박살이 날지도 모른다. 요컨대 품질을 보증할 수 없는 장사다. 볼펜은 사무실에서 써도, 집에서 써도, 내가 써도, 내 아내가 써도 여전히 제구실을 하지만 금리가 한번 내리면 내리기 전에 만들어진 모든 ‘이야기’는 허구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증시를 못 믿겠다’는 사람들에게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의 라벨을 고쳐 파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에리사(ERISA)법이 정한 ‘사려 깊은 전문가가 자기 돈을 관리할 때 행사했을 법한 판단력과 조심성을 가지고 투자결정을 내렸는가’라는 기준을 우리도 외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는 사람이 만든다. 해외에서 실어올 작정이 아니라면 지금 있는 사람들이 좀 시원찮아 보여도 믿고 기회를 줘야 한다. 아테네에서 유도로, 양궁으로, 배드민턴으로, 핸드볼로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던 그런 젊은이들이 금융에서도 나오게 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입력시간 : 2004-09-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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