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게임으로 공부하니… 흥미도 성적도 쑥쑥

■G러닝, 교육계 새 트렌드로 부상<br>개념 이해·공간 지각능력·창의력 향상에 도움<br>공부 거부감 있고 집중력 부족한 아이에 효과적<br>학습-게임 구분 명확히 하고 교과서 연계 필요

한 초등학생이 G러닝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G러닝은 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주면서도 학습효과가 있어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유용하다.

공부에 거부감을 가진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히는 게임학습법 'G러닝'이 교육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G러닝은 컴퓨터 게임에 학습적 요소를 가미한 학습 게임을 말한다. 게임 개발자와 학습 전문가가 함께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게임이 줄 수 있는 흥미와 학습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게임이 과연 공부에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학습 효과에 대한 검증 연구도 나와 있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16일 미국교육학회와 세계교육학회가 공동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는 게임 원리를 적용한 학습법이 학습자의 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최근 경기도 22개 시ㆍ군에 소재한 42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3개월간 게임을 이용한 학습법인 G러닝을 실시했더니 영어는 평균 45.58점에서 69.05점으로, 수학은 평균 45.32점에서 58.35점으로 올랐다.

G러닝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 대신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부에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학습 효과가 크다. 그러나 게임이나 학습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 콘텐츠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의 내용과 학습과의 연계 정도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부를 더욱 친근하게=서울 신정동 매봉초등학교 4학년 곽모(10)군은 방과 이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게임 프로그램을 켜고 수학 공부를 시작한다. 화면에는 연산문제 '6+7'을 머리에 단 괴물과 '11ㆍ13ㆍ14'와 같은 숫자들이 적힌 불꽃이 떠다닌다. '13' 불꽃을 선택해 괴물을 향해 쏘면 정답일 경우 괴물이 죽고 더 어려운 문제를 가진 괴물이 등장하는 슈팅게임이다. 곽 군은 "평소 좋아하는 게임으로 덧셈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온라인상에서 하는 게임이라 다른 친구들의 점수도 확인할 수 있어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G러닝의 장점은 이처럼 아이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공부와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화려한 그래픽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지각능력이나 창의력 자극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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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안양시의 황모씨는 "2학년이 되면 배우는 블록 쌓기는 지면 학습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입체적인 화면을 보며 게임으로 공부하니까 아이가 훨씬 쉽게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찬현 웅진씽크빅 디지털콘텐츠팀장은 "G러닝은 공부에 흥미가 적거나 거부감이 있는 아이에게 효과적"이라며 "게임을 통해 학습 동기와 집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초등 저학년의 경우 나무 쌓기 등을 활용한 공간 지각능력 및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 초등 고학년의 경우 스토리를 접목한 게임과 캐릭터를 꾸미고 레벨을 높이는 등의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이 학습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학습과 게임의 경계는 구분해야=G러닝이 아무리 게임형식이라 하더라도 최종 목적은 학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G러닝이 단순히 게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우선 게임 시간은 전체 학습시간의 10% 미만으로, 한번 할 때 최대 30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학습시간과 게임 시간의 비율을 정해두지 않으면 공부는 대충하고 게임에만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목에 따라 적절한 게임학습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 학습은 크게 개념 이해와 원리 학습을 하는 게임과 반복ㆍ암기ㆍ익히기 학습용 게임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국어나 시간 흐름에 따라 계통이 있는 사회 과목은 커리큘럼에 스토리가 접목된 게임이 적합하다. 예를 들어 우리 고전 소설 속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줄거리가 있어 그 안에서 맞춤법ㆍ이해력ㆍ표현력 등을 배우거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식이다.

연산학습과 공간지각능력 및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과 어휘력이 중요한 영어와 한자 등의 과목은 반복과 단순 암기식의 게임이 효과적이다.

게임으로만 학습을 끝내지 말고 책과 교과서로 연계학습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임을 했던 단원을 찾아 교과서를 훑어보면 복습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게임 속에 들어 있는 역사적 배경을 도서나 학습백과를 통해 찾아본다든지 블록 쌓기 게임의 경우 실제로 부모와 함께 블록을 쌓아보면 학습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학습과 게임의 스토리가 분리돼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습을 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개념학습과 문제 풀이, 게임까지 스토리가 연결된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학습 몰입도가 높다. 즉 교재에 언어(영어나 한자)를 배우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 이야기가 게임까지 연결되는 것이 좋다. 전체 스토리가 모두 연결되지 않더라도 개념 익히기에 나왔던 캐릭터가 게임에도 등장하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학습 방향이나 진도 체크를 해주는 요소가 포함돼 있다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꾸준한 학습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콘텐츠를 고르는 것이다. 박만구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G러닝을 개발할 때 게임과 학습이 어우러지지 않고 겉도는 콘텐츠도 많다"며 "게임 개발에 학습 전문가가 들어가 있는지, 게임 자체의 콘셉이나 스토리가 교육적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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