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성 없는 투신사

지난 17일 SK글로벌 채권단 회의가 열렸다. 투신사들에게 이 자리는 자신이 보유한 SK글로벌 채권의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의미가 있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처리 방안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70% 정도 돈을 떼이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받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출자로 전환해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다. 투신사들은 그동안 공동 방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로 입장들이 달라 이번에 제각각 내놓았다. 이에 따라 어떤 회사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나중에 SK글로벌의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전액 현금으로 받기로 했고 또 어떤 회사는 당장 손해가 너무 크다며 출자전환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투신사들은 이번 결정과 관련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과정이 하나 빠져있다. 투신사가 보유한 SK글로벌 채권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 고객 자산이다. 투신사들은 단지 투자자에게 위임을 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따라서 돈과 관련돼 어떤 결정을 하려면 돈주인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더욱이 많은 이익을 내주겠다며 남의 돈을 가져왔다가 잘못 굴려 손해를 보게 하지 않았는가. 이에 대해 투신측은 “모든 고객에게 일일이 물어보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객의 뜻을 물어보는 편지 한장 보내는 게 그렇게 무리였을까. 내 돈을 가져가 이익은 커녕 손해를 보게 하고, 마지막 처리마저 상의 한마디 없이 독단적으로 한다면 수긍할 고객이 어디 있을까. 투신사들은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가 터지자, 고객에게 아무런 해명도 없이일방적으로 환매를 거부한 바 있다. 돈을 믿고 맡긴 고객의 잘못인가. 반성 없이 잘못만 저지르는 투신권에서 자꾸만 고객이 빠져나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기석기자(증권부)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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