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의 정부1년/기업개혁] 현대-LG 반도체 통합

지난해 9월이후 5개월동안 지리한 공방을 벌여온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협상이 종착점을 향해 막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통합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용협상을 넘어 협상의 마무리 단계인 가격조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물론 양측의 자율협상시한을 넘긴 지금 현 상황만 보면 양측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 타결이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양측은 각각 메릴린치와 골드만 삭스 등의 재무전문가를 통해 지금까지 LG반도체의 주식 양수도 가격 결정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종전의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주부터 제3자인 주식가치 평가위원회가 양측의 입장을 조율, 강제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달말까지 반도체 통합협상은 마무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식가치평가위원회는 오호근(吳浩根)기업구조조정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3개 신용평가회사의 담당 임원과 현대-LG의 재무대리인 등 6명으로 구성된다. 6명중 4명이 제3자인데다 사실상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에 결국 가격결정을 정부가 중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와 LG는 주식가치 평가위원회가 이달말까지 가격을 결정하면 이로부터 일주일이내 즉 3월7일까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다음달초부터는 현대가 LG반도체의 경영을 맡게 되고 상반기중에는 통합법인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체 통합의 걸림돌은 가격 산정과 대금지급방법. 가격 문제는 그동안 1조2,000억원(현대)과 4조원내외(LG)사이에서 오락가락해왔지만 주식가치 평가위원회가 2조~3조원수준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금지급방법에 대해서는 현금지급을 고집하고 있는 LG측과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 전환사채(CB) 등을 함께 지급하겠다는 현대측의 입장이 맞서있다. 가격은 주식가치 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겠지만 대금지급방법은 현대와 LG중 한쪽이 양보해야만 타결이 가능한 문제다. 한편 많은 우여곡절끝에 성사된 반도체 빅딜의 시너지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 남은 과제도 만만치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LG반도체의 빅딜 무용론을 무릅쓰고 반도체 통합을 추진한 것은 향후 중복 과잉투자가 우려되고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공존할 경우 두 회사 모두 세계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때문 그러나 통합 반도체회사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의 반도체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만만치않은 상황이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기술계통이 상당히 다른데다 현대전자가 과연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된 경영체제를 갖춰 반도체 전문회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통합법인 설립은 서론에 불과하고 반도체 빅딜의 실질적인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한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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