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광고담당인 김모 과장은 TV광고를 하는 데 프로그램별 시청률 자료를 활용한다. 하지만 같은 방송 프로그램인데도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와 TNS미디어코리아가 내놓은 평균 시청률이 최고 12.7%포인트까지 차이가 나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해 말 막을 내린 KBS 2TV의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에 대한 양사의 평균 시청률 조사 결과도 각각 28.4%와 31.9%로 3.5%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방송사들은 두 조사업체가 내놓은 시청률 중 높은 수치를 기준으로 광고단가를 책정하려 하므로 업계에서는 '아이리스' 광고주가 매일 최대 3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더 썼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광고단가의 잣대'가 되는 시청률의 정확성ㆍ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AGB닐슨과 TNS의 조사지역과 패널 수가 제한적인데다 방송사 영업 등을 위해 시청률을 조작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1심 판결에서 "TNS가 시청률을 조작했다"며 AGB닐슨의 손을 들어준 게 대표적인 예다. 방송광고주협회에서 지난해 7월 AGB닐슨과 TNS가 2,209개 프로그램에 대해 조사한 시청률을 비교한 결과 858개(38.8%)의 시청률이 20%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시청률을 둘러싼 이 같은 불신과 논란은 올 상반기 시청률검증기구가 부활하면 상당 부분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26일 "오는 8월부터 방송사업자의 '매체합산 시청 점유율 30% 초과 금지' 조항(방송법 69조의2)이 시행되므로 시청률 조사의 정확성ㆍ신뢰성을 기하기 위해 상반기 안에 시청률검증기구를 설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시청률검증기구를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대신 미디어그룹의 '매체합산 시청 점유율'이 30%를 초과할 수 없다. 초과할 경우 방통위가 ▦방송사업 소유제한 ▦방송광고시간 제한 ▦방송시간의 일부 양도 등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다. 방통위는 매체합산 시청 점유율 조사ㆍ산정 권한을 가진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이르면 다음달 구성하기로 하고 시청률검증기구 설립에 앞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한편 외부 방송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상파TV 편향적이라는 시청률 조사 결과의 신뢰성ㆍ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DMB 등 격변하는 매체환경을 따라잡는 것도 숙제다. 방통위는 시청률검증기구로 과거에 운영됐던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 모델을 우선 상정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과거 방송위원회의 권고로 지난 2000년부터 방송사 관계자, 광고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를 운영하다 2006년 공정성 문제로 해체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검증기구를 내부에 둘지 외부에 둘지 등 구체적 사항은 미디어다양성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과거 기구보다는 보완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