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보 지음, 김영사 펴냄 동거 중이던 사실혼 관계의 남편이 급사한지 두 달 뒤 여자는 딸을 출산했다. 남편의 어머니는 보험금 수령 문제로 친자확인을 요구했다. 이미 시신을 화장했기 때문에 신생아 딸과의 유전자형 검사에는 망자의 모친 및 3명의 형이 참여했다. 그 결과 DNA배열 순서 중 일부가 불일치 해 죽은 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일단 여기까지, ‘아버지’의 부재에도 친자확인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DNA의 반전은 이제부터다. 죽은 남편과 형들이 이복형제라면, 혹은 불륜으로 이들의 아버지가 서로 다르다면? 즉 전제에 해당하는 남편집안의 가계가 확인되지 않기에 이 검사는 효력을 잃었다. 대신 할머니에서 아버지를 거쳐 손녀에게 전달된 ‘X유전자’ 일치를 통해 친자임이 확인됐다. ‘CSI’시리즈 같은 범죄극 등으로 유전자감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친자확인 요청도 나날이 증가 추세다. 그런만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유전자 감식 전문가인 저자 정연보는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감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제대로 잘 몰라서 접근을 꺼린다. 또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분자생물학ㆍ통계학ㆍ법적 지식을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개선하고 대중이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고 집필의도를 소개했다. 강간ㆍ살인 등 범죄해결 외에도 만주에서부터 카자흐스탄, 인도까지 퍼져있는 13세기 초 칭기즈칸의 ‘씨’를 찾아내는 등 DNA의 ‘활약상’이 흥미롭다. 다소 어렵다 싶으나 책 앞머리에 있는 ‘5분 만에 읽는 분자유전학 기초’라는 개괄적인 설명이 책읽기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