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들의 철저한 고객 비밀주의 원칙이 미국 국세청(IRS)에 의해 무너지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IRS와 스위스의 UBS은행 사이에 고객 정보 제출에 관한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가 이뤄지면 IRS가 외국 은행에 대한 고객 정보를 처음으로 제공받게 되며, 역으로 스위스 은행의 전통적인 비밀주의가 무너지는 셈이다. UBS에는 미국인 자산 200억 달러가 예치돼 있는 것으로 IRS는 예측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배리 쇼트 IRS 국제부문 감독관은 UBS은행등 해외 은행에 대한 조사 규정을 강화해 미국인들이 자산을 해외 은행 또는 역외 은행에 은닉,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일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베일을 벗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만큼 가까운 장래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QI계약이라 불리는 새 규정은 미국 법에 근거한 보다 강화된 법률 계약이다. 현행 규정 하에서는 감독자들은 회계 부정의 정의가 나라마다 다르기에 자못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발생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됐다. 전 UBS 임직원이었던 브래들리 버캔펠드도 “은행이 공시 규정을 준수하려는 고객들과 이를 은닉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따로 분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 하에서 외국 은행들은 미국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계좌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 등을 IRS에 고지해야만 한다. 또 역외 유령 회사들의 유형을 선별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계좌를 좌지우지하는 쪽이 누구인가도 가려야 한다. 이 같은 정보를 교환할 경우 원천과세가 면제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30%에 달하는 원천 징수세가 요구된다. 쇼트 감독관은 “QI시스템을 적용하게 되면 외국 은행이라도 미국법의 정의대로 움직여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QI 프로그램은 지난 2000년 IRS가 자산을 외국은행에 유치하는 미국 투자자들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했었다.